대학 시절부터 연말연시가 되면 가장 예쁜 편지지를 골라 나에게 편지를 써서 보냈다. ‘수신인 전진영, 발신인 전진영’. “나만 볼 거니까 뭐”하며 앞뒤 안 맞는 말들을 쏟아낸다.
편지를 쓰기 시작한 계기는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서다. 뜯어보고 싶은 날이 올 때까지. 가끔 편지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점차 의미가 희미해지더니 지난 몇 년은 의례적으로 편지를 쓰는데 급급해하지 않았나 싶다. 급기야 작년에는 컴퓨터로 편지를 작성해서 손 편지의 은은한 감동과 분위기를 날려 버렸다. 얼마 전 연말연시 대청소를 하다 자취를 감춰 버린 편지와 덤으로 다른 편지를 찾았다.
오래된 편지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그땐 이랬구나, 이 사람들이 나에게 이런 존재였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순수했던 마음들, 지금 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그래! 올해 으뜸가는 다짐은 소중한 분들께 연락하기로 하자. 나에게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셨던 그리운 분들께 편지를 쓰거나 전화를 해야겠다. 마음속에 쌓인 뭔가가 시원하게 내려가는 느낌이다. 이젠 편지를 만족스럽게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진영/ 동양인 건강진료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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