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나의 매는
코너 테이블에 앉아,
그림 있는 카펫 위에
무늬를 수놓고 있었다.
우연히 난 차양을 걷어 올렸다.
밝은 아침 하늘이 거기 있었다.
그는 깃을 펴면서,
천천히 기지개를 켰다.
이에 난 창문을 열었다.
그는 알겠다는 듯 날아 나갔다.
한참을 온갖 안간힘으로 파닥이더니,
이윽고 구름까지 솟아올랐다.
구름 속을 뚫고 나간 매는,
눈앞이 환하게 트이자,
원형으로 한바퀴를 돌고 나서,
바람처럼 제 길을 날아가고 있었다.
김용팔(1914 - 2008) ‘매’ 전문
춥고 긴 겨울에는 누구나 매 한 마리씩 마음에 기르기 마련이다. 화자의 집안 코너 테이블 위에 매 장식품이 하나 있고 카펫에 비친 매의 그림자는 자수를 놓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늘이 좁다 하고 날아다녀야 하는 매가 집안에서 자수나 놓고 있으니 매의 와신상담이라 할만하다. 마침내 죽었던 나무와 온 대지가 다시 살아나는 봄날이 오고, 햇살이 환한 아침에 매는 기지개를 켠다. 때가 된 것이다. 구름까지, 바람처럼, 매는 창공을 향해 날아간다. 화자도, 시인도, 독자도 함께 난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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