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주저앉아 형체를 알 수 없는 캔터베리 텔레비전(CTV) 사옥, 고풍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대성당...
대형 지진이 휩쓸고 간 지 사흘째를 맞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시내는 한마디로 유령 도시나 다름없었다.
곳곳에서 중장비가 굉음을 내며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었고 복구 물자를 나르는 헬리콥터가 분주히 상공을 날아다녔지만 거리를 가득 메웠던 시민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군인, 경찰, 소방관 등 복구 및 구조요원들만 오갈 뿐이었다.
24일 오후 당국이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공개한 크라이스트처치 시내피해 현장은 처참했다.
기자들은 버스를 타고 CTV 사옥과 대성당, 그리고 보험회사빌딩 등 심하게 부서진 건물 3곳을 둘러봤다.
도심 곳곳에는 크고 작은 건물들이 무너져 내린 채 복구를 기다리고 있다.
시내 곳곳에 있는 한인교포 운영 상점은 물론 기념품 판매점의 대형 유리창도 산산조각이 나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대변해 주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 중심가에 있는 대성당은 지진의 충격으로 지붕쪽이 무너져 내리면서 흉측한 모습으로 변했다.
빨간 벽돌 등으로 치장돼 있어 시민들이 만남의 공간으로 애용하던 성당 앞 광장은 인적이 완전히 끊겼다.
광장 한가운데 있던 철제 동상은 바닥으로 처박힌 채 복구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멀쩡한 건물도 더러 있었다.
광장 근처 IBM 사옥은 건재했다. 내진 설계를 제대로 했거나 지은 지 얼마 안된 건물은 피해가 없거나 비교적 적었다.
더 철저히 대비했더라면 인명피해나 재산 손실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한 경찰은 "100년이 넘는 성당 건물이나 옛 건물은 내진 설계를 갖추기가 불가능해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CTV 사옥 건물은 특히 기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CTV에는 한국 어학연수생 유모씨 남매가 매몰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및 중국 어학 연수생들이 다수 갇혀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일본과 중국 기자들도 CTV 사옥에 관심이 많았다.
7층 건물은 벽면 한 쪽만 시커멓게 그을린 채 남아 있을 뿐 나머지 3면은 폭삭 주저 앉은 모습이었다.
건물이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파괴돼 생존자가 있어도 구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일본 등 외국의 구조팀이 뉴질랜드 구조팀과 이리저리 바삐 움직였으나 작업은 그리 진척이 없었다.
대형 중장비들은 잔해를 뜯어 올려 인근 장소로 부지런히 옮겼다.
수색견들도 경찰의 안내에 따라 붕괴 장소 곳곳으로 이동하면서 사람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보도진을 안내하던 경찰도 슬픔에 빠진 표정을 숨기기 어려워 보였다.
사고대책본부는 시내 미술관에 차려졌다.
이곳은 내진 설계가 잘돼 이번 지진에서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다.
생존자 구조와 복구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대책본부는 한사람이라도 더, 그리고 한시라도 더 빨리 구해내야겠다는 열의로 후끈했다.
일부 주민들은 자택에 머물면서 일상적인 생활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도심 외곽도로로는 많은 차량들이 오가기 시작해 크라이스트처치가 큰 충격에도 불구하고 점차 정상을 되찾아 가는 분위기다.
(크라이스트처치<뉴질랜드>=연합뉴스) 이경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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