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인가 하였더니 어느새 봄이다. 처음 이곳 집으로 이사를 한 것은 이민 온 지 2년째 되던 해였다. 한국과 달리 집이 춥고 썰렁하여 밖에서 느꼈던 집과 너무 달라 집안에 정 붙일만한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뒷마당의 한쪽 잔디를 뽑고 작은 텃밭을 만들었다.
오래된 잔디는 마음같이 잘 뽑아 지지 않아 3일을 열심히 뽑아서 겨우 손바닥만한 텃밭이 되었다. 첫해는 호박도 심고 토마토, 딸기, 파, 실란트로, 고추에 담장 옆에 푸른 콩도 심었다. 처음 하는 일이라 별로 큰 수확은 못 보았지만 잘 자라는 붉은 토마토는 매일아침 한 개 씩 따먹는 즐거움도 있었다.
한낮 뜨거움 속에서 익어가는 콩과 채소들은 심심찮게 저녁 반찬의 일부가 되기도 하지만 손님이 갑자기 왔을 때도 푸른 상추와 고추는 자랑꺼리로 상위에 오르기도 하였다.
이제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봄이 왔으니 올봄에는 또 무엇을 심을까 생각하다 며칠 전 주말 작은 텃밭을 하나 더 만들어 별별 것을 다 심어 보았다. 은행과 같이 암수가 마주봐야 열매를 맺는다는 한국에선 잘 볼 수 없는 체리 나무(암, 수 두 그루)에 복숭아, 딸기, 상추며 지난해에 받아놓은 봉숭아, 접시꽃, 분꽃, 나팔꽃, 갖가지 씨를 뿌려 주었다.
그런데 며칠 후 애써 모종한 상추의 잎이 모두 사라져 가고 있지 않은가. 자세히 살펴보니 껍질 없는 민달팽이란 놈이 상추 잎을 모두 뜯어 먹고 있지 않은가. 약을 뿌려주면 달팽이가 안 나온다는데… 그렇게 해서라도 애써 가꾸는 나의 부지런함을 보상받아볼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달팽이란 놈이 먹든 먹다먹다 지치면 안 먹겠지 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제 3년쯤 지나면 달콤한 체리와 복숭아를 맛볼 수 있으리라.
김가연/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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