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산안 극적 합의… 연방정부 폐쇄 모면
연방정부 폐쇄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하지만 이번 예산안 협상과정은 국가 운영을 볼모로 벌였던 공화·민주 양당의 추잡한 파워 게임이었다는 비난의 화살을 면치 못하게 됐다.
삭감 폭 둘러싼 공화·민주 파워게임
뒤늦게 개입 오바마 리더십 논란일듯
이번 예산안 심의는 2011회계연도(2010. 10~2011. 9) 후반기(6개월)의 연방정부 살림을 이끌어나간 재정을 위한 것이다.
연방 의회는 지난 2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내놓은 후반기 예산안을 놓고 격론을 벌이다가 예산심의 만기일인 3월4일 2주 연장했다가 또다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3주를 추가 연기 했었다.
공화당은 ‘작은 정부’를 위치며 티파티 운동의 힘을 등에 업은 의원들의 거센 입김에 밀려 대폭적인 예산 삭감을 내세웠고 민주당은 의료 등 저소득층 복지혜택을 가능한 한 유지하는 선에서 예산 삭감 폭을 정해야 한다며 공화당에 맞서 왔다.
협상이 진행되면서 공화당 지도부는 낙태시술소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금지하고 기존의 강력한 배기개스 규제 법안의 대폭적인 개정 등을 내세우며 민주당을 압박해 왔다. 하지만 예산 마감일인 8일 자정이 다가오면서 양당은 연방 정부 폐쇄까지 이어질 경우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다음 선거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부담감에 밀려 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995년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은 빌 클린턴 행정부의 예산에 제동을 걸어 마감시한을 넘기면서 그해 12월5일부터 6주 동안 연방 정부 폐쇄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가 이듬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의원의 대거 패퇴라는 역풍을 받고 정계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정치적 역풍을 경험했던 공화당은 자신들이 장악한 하원에서 이번 예산안 마감시한을 하루 앞둔 7일 국방을 제외한 일부 예산 삭감을 포함하는 1주일짜리 연장안을 통과시키면서 예산안 결렬의 책임을 민주당에 떠넘기려 시도했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3번씩이나 연장하며 정부 업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없으며 단지 정치적 이유만으로 예산안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며 연장안에 대한 거부권을 공언한데 이어 민주당 상원에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강수로 맞받아 쳤다.
7일 협상이 결렬된 후 민주당 소속인 리드 대표는 협상에 앞서 낙태 지원금에 대한 규제, 환경규제 개선 등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협상이 교착되고 있다면서 “낙태문제 때문에 정부를 폐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미국인들에게 공평하지 않은 일로 그 문제는 40년간 해결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인 베이너 의장은 이견을 보이는 문제들이 “하나보다 훨씬 많다”며 “우리의 목표는 재정지출 삭감이며, 정부 폐쇄가 아니다”라고 맞받아 치며 상대방의 책임으로 돌렸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는 8일 오바마 대통령이 이집트·리비아 사태에 이어 예산안 처리문제를 놓고 리더십 테스트를 치렀다면서 민감한 사안에서 충돌을 피하고, 개입에 최대한 신중을 기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정부 폐쇄가 임박해서야 예산안 협상에 개입한 것과 관련, 공화당은 `대통령이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시간을 소진했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좌파들 쪽에서는 대통령이 당파싸움을 피하는데 몰두한 나머지 공화당 측에 마땅히 그어야 할 선을 긋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정섭 기자>
공화당 존 베이너 연방 하원의장이 협상이 쉽지 않은 듯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
공화당 존 베이너 연방 하원의장이 협상이 쉽지 않은 듯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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