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과 나다나엘은 성경 요한복음에 나오는 사람들이다. 이 두 사람은 갈릴리 사람들이었다. 바다가 보이는 조그마한 시골에서 함께 웃고 놀고, 먹고, 때로는 싸우며 지낸 시골뜨기였다. 함께 자라난 여러 사람들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남달리 친분이 돈독하였다. 단짝 친구였다.
빌립과 나다나엘은 어린 시절부터 메시야에서 들었고 배웠고, 또 커서는 그 메시야를 함께 기다렸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성격이나 삶이 달랐다. 빌립은 활동적이고, 명석하고, 또 인간관계를 잘 맺었다. 빌립은 무엇보다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것들에 대해 알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가 알기를 원하는 것들을 찾기 위해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믿음에 관해서는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세상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따르면서도 늘 마음에는 세상적인 판단기준이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예수님을 3년씩이나 따라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과 하나님 아버지와의 관계를 믿지 못했다. 또 예수님께서 오천 명의 무리들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했을 때 순간적인 직감으로 이백 데나리온을 가지고서는 모자를 것이라는 계산을 해내었다. 참 대단한 지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유대인의 명절에 헬라 사람 몇 사람이 예루살렘에 올라와서 예수님을 뵙겠다고 빌립에게 요청했다. 이 때 빌립은 바로 그들을 예수님에게로 인도하지 않고 안드레에게 가서 이 사람들이 예수님을 뵙기를 원한다고 보고를 드렸다. 빌립이 정말 현실주의적이고, 과학적 신앙인이었다면 그 헬라인들을 예수님께 직접 데리고 가서 자기의 공명심을 자랑했을 것이다.
그런데 안드레에게 데리고 갔다. 그 이유는 안드레를 세워 주려고 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안드레는 갈릴리 벳새다 마을에서 제일 가까운 형이었기 때문이었다. 빌립은 형 안드레를 세워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 뿐만 아니다. 빌립이 갈릴리에서 예수님을 처음 만났다. 그 감격이 어떠했을까?
무엇인가 자기 삶에 커다란 것이 다가온다는 기대감으로 찼을 것이다. 그 무엇인가 소중한 감격을 혼자 간직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친구 나다나엘에게 가서 말했다. 나다나엘은 혼자서 있는 것을 좋아했다. 별로 다른 친구도 없었다. 유일하게 빌립이 나다나엘의 친한 친구였다. 나다나엘은 세상의 소식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 조용했고, 어떤 욕심도 없었다. 다만 그의 마음에는 예수님밖에 없었다. 그는 오직 메시아이신 예수님을 기다렸다. 그는 날마다 무화과 나무아래서 늘 기도했다. 거기가 나다나엘의 공간이었다. 삶의 안식처였고, 위로였고, 평안이었다. 빌립은 그 때도 무화과 나무아래에 앉아서 묵상하고 있었던 나다나엘에게 가서 예수님을 만났다고 말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아무런 사심과 경쟁심도 없이 그에게 가서 예수님을 만났다고 한 것이다.
나다나엘을 보신 예수님은 “이는 참 이스라엘 사람이라 그 속에 간사한 것이 없도다(요한복음1:47)”라고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재주가 없는 사람이고, 둔한 사람이었지만 예수님은 그를 아름답게 보셨다. 그리고 그의 정직함과 순수함에 대해 칭찬하셨다.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고 하셨다. 세상에서는 꼴찌인데 하나님 나라에서는 제일 먼저라고 하셨다. 나다나엘은 빌립 때문에 예수님 만나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빌립은 신앙적인 면에서는 기초가 흔들리고 세상적인 명석함이 드러나는 사람이다. 나다나엘은 어리석고 둔한 사람이었지만, 행동이 느린 사람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을 남달리 사랑한 영성의 사람이었다. 그럴지라도 나다나엘이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빌립이 가서 말했기 때문이다.
빌립도 아름답고 나다나엘도 아름답다. 정말 귀하고 귀한 사람들이다. 서로 다르면서도 함께 하나의 목표를 향해 서로 자기의 부족함을 발전시키면서 나가는 모습, 그것이 교회이고, 신앙인들의 모습이어야 한다. 자기의 욕심을 뒤로 감추고 거짓의 얼굴로 나타나기 보다는 진리 앞에서 서로 받은 기쁨을 나누는 그런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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