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탄신 466주년 기념 논고(3)
총과 활의 대결, 그야말로 말도 되지 않는 화두이다. 그럼으로써 임진왜란 당시 조총을 앞세운 일본군은 부산에 상륙한 후 거칠 것 없이 북상을 계속하여 단 20일 만에 서울을 점령하지 않았던가. 조총 앞에 활은 전혀 무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돌격과 접근전이 가능한 육지에서의 이야기이고 거리를 두고 싸우는 해전에서는 전혀 사정이 달랐다.
특히 조총의 사정거리 밖에서 거리를 두고 화포 포격이나 원거리 사격을 위주로 하는 이순신 전법 앞에 반대로 조총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의 조총은 유효사정거리가 50m 정도에 불과하고 탄도도 그렇게 정확하지 못할 뿐 아니라 화력도 굳은 나무판 4~5cm 두께를 관통할 수 없어서 목제 거북선이 마음 놓고 돌격선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천지를 뒤흔드는 화포 공세도 어렵거니와 보이지 않게 소리 없이 날아와 맞고 꽂히는 작은 화살도 일본군의 고통이었을 것이다. 이 작은 화살이 바로 ‘애기살’이라고도 불리는 조선의 독창적인 비밀병기 편전(片箭)이다.
보통 화살의 길이는 두 손을 벌려 활을 쏘는 자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1m 정도 되지만 편전의 길이는 그 3분의 1인 32cm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편전은 활만으로는 가늠이 되지 않아 쏠 수가 없기 때문에 나무대롱을 절반으로 쪼갠 것 같은 통아(筒兒)라고 부르는 사격보조장치를 걸치고 쏘았던 것이다.
그러면 무슨 이점이 있기에 조선의 궁술에서는 이와 같이 특수 장치까지 동원하는 번거로운 사격법을 고집하였을까, 그 장점을 짚어 보기로 한다.
첫째, 화살이 작고 가늘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피하지 못하고 맞는다.
둘째, 화살이 작고 가벼워 사정거리가 보통 화살의 두 배 이상 나간다. 태종 때의 기록으로는 252m, 세종 27년의 기록으로는 378m, 임진왜란 당시는 무려 457m에 이른 것으로 되어 있다.
셋째, 통아라는 탄도 보조장치를 써서 직진성과 명중률이 높다.
넷째, 적진에 잘못 떨어져도 통아와 사격기술이 없기 때문에 그 편전을 주워서 아군 쪽으로 되돌려 쏠 수가 없다.
다섯째, 작고 가벼워서 휴대와 수송 저장이 용이하다. 그리고 전혀 필자의 소견이지만 오늘날의 경제마인드로 보아 재료비가 적게 드는 경제적 무기라고 단언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다. 또 화약을 장전하고 불실을 써야 하는 조총에 비해 연속사격과 비오는 날씨에서는 활이 단연 유리한 점도 무실할 수 없을 것이다.
이 편전을 제대로 쏘기 위해서는 고도의 훈련이 필요했는데 조선 초기부터 이 편전 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하여 접경 또는 적과 가까운 지역에서는 국책으로 사격 훈련마저 엄금했다고 하니 편전은 바로 고구려 활의 DNA를 이어받은 조선의 기발한 비밀병기였던 것이다.
일본인들이 동양 삼국에는 저마다 하나의 장기가 있는데 중국은 창법이요 조선은 편전이며 일본은 조총인데 이것이 곧 천하제일이라고 말한다는 데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편전 기술은 고려 말에 개발되어 조선 초기에 이미 널리 사용되었고 길이도 25cm로부터 살상율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점차 길어져서 조선 후기에는 45cm에 이르렀다고 한다. 역사상 최악의 적군 앞에서도 거북선, 화포전, 학익진법, 편전, 명량지리전 등 전투 환경에 가장 잘 맞는 무기와 전법을 동원하여 꺼져가는 나라의 국운을 구해 내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예지와 판단은 단연 천하제일이 아니겠는가.
1545년 4월 28일 공의 탄신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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