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대충 유치원생 때 쯤에 내게는 나혼자만의 발명품이 한가지 있었다. 혼자만의 긍지자 자부심이었지만….
음식을 먹은 후 음식물이 이 사이에 끼면 보통 이쑤시개를 사용하지만, 나는 바늘집을 열어 실을 길게 끊어 지금으로 말하면 floss를 한 것이다. 누구에게서 보거나 배운 것이 아니라 어느날 내 머리 속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하고 나면 이쑤시개로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너무나도 개운하게 정리되어 나혼자 그 시간을 잘 즐기곤 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모습을 본 부모님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똑똑한 우리 딸하며 칭찬 해 줄 기대에 자신있게 floss를 하는 내게 실을 쓰면 이사이가 벌어져 치아가 이상하게 된다며 못 하게 하셨다. 그래도 고집대로 하다 또 걸리면 엄마의 잔소리가 꾸중이 되어, 기가 푹 꺾여버린 나는 그 이후로 더 이상 실을 이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 십년이 지나 미국에서 아이 학교에 volunteer를 하게 되어 학교에 찾아갔다. 그런데 그날이 마침 치과 선생님이 학교에 찾아와 건강한 치아에 대해 교육을 하는 날이었다. 아이들에게 여러가지 교육을 하더니 갑자기 dental floss 줄을 길게 끊어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순간 몇십년동안 내 뇌속 어딘가에 덮혀져 있었던 나의 실 사용법이 고장으로 꺼져있던 전구에 불이 퍽하며 켜지는 것 처럼 생생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맞다. 내가 저렇게 실을 사용하곤 했다… 그 때 부모님이 막으셨지만, 내가 맞았던거라는 확인이 되고 나니, 갑자기 뒷골이 시원해 지기 시작했다. 몇 십년이 지난 이제서야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는 나의 미간이 꾸겨지면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부모님이 막지만 않았어도 내 치아는 더 건강 했었을 것인데 말이다. 아니, 내 친구나 이웃에게 전해만 줬어도 적어도 floss의 원조로 기억되지 않았겠나 말이다.
아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1학년 짜리 아이에게 나의 실사용법을 자랑했다. 그랬더니 아이의 눈이 똥그래지며 신기하다는 듯이 정말이냐며 몇 번을 묻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그 차안에서 나는 그렇게 내 아이에게 똑똑하고 자랑스러운 엄마로 인정을 받았다.
그런데 왠지 불안했다. 몇십년 뒤에 다시 그 아이가 열심히 엄마처럼 floss를 하며 살았는데, 예전에 그 floss 사용법은 치아에 해롭다는 설로 바뀌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력고사 위주로 코피나도록 공부했는데 내신이 반을 차지하는 방침으로 바뀌는 충격 같지 않을까? 손목을 다쳐 열심히 열찜질을 해 줬더니 냉찜질이 맞는 처방이었다는 황당함… 진리를 찾기가 어렵다.
(병원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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