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고맙습니다."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시며 제 손을 꽉 움켜잡으시는 한 어르신의 눈가가 어른거리는 것을 보았다. 매나세스에서 오셨다는 그 어르신은 고등학생 손녀를 직접 데리고 오셔서 청소년 인턴십 및 자원봉사 페어를 시작하기 전부터 기다리고 계셨다. "도무지 어디서 뭘 해야 할지를 몰랐어요. 한인회에서 이렇게 좋은 일을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어르신의 계속되는 격려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어머니 날을 하루 앞둔 토요일, 애난데일의 어느 한 작은 학교 강당을 찾아오신 학생, 학부모들의 숫자가 200명을 넘었다는 한 준비위원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마음 속에는 행사가 성공적이었다는 기쁨 대신 ‘갈증’이라는 단어가 뚜렷이 떠올랐다.
아, 한인사회가 이렇게 목말라 있었구나. 지난 3월 개최되었던 차세대 리더십 컨퍼런스에 이어, 이번 페어에도 세미나실을 가득 채운 학생들의 눈동자들을 바라보며, 얼마나 우리 자녀들과 부모들이 목말라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 부담감이 훨씬 더 컸다.
페어 현장을 찾아주신 동포 여러분들의 깊은 관심으로, 아직 여러모로 미숙하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한인회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이번 페어는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나는 행사가 아니다. 이제 그 삶의 현장 속에서 자녀들의 마음 속에 아름다운 열매들이 맺힐 수 있도록 우리 동포사회가 울타리가 되어 주어야 한다. 청소년 인턴십과 자원봉사는 이제 한인회가 아니라 우리 한인사회 전체가 다음 세대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사명이 된 것이다.
행사를 정리하면서, 우리 워싱턴 지역 한인들께 한인회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다시 던져 본다. 저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한인회가 동포사회의 ‘마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당’은 한국인의 마음 속에 늘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단어이다. 마당은 사물놀이의 흥겨움이 넘치는 잔치가 열리기도 하고, 백년해로를 약속하는 혼례를 통해 한 가정이 태어나는 장소였으며, 풍성한 가을걷이를 끝내고 곡식을 말리는 창고 역할도 했다.
늘 풍성함과 정겨움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바로 마당이었고 아이들은 그 마당에서 어른들의 삶을 배움으로써, 마당은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편지가 되어 왔다. 사실 우리에게는 품앗이라는 더 높은 수준의 발런티어리즘의 전통이 있었다.
한인회는 세대를 넘어 우리 자녀들에게 바로 이런 넉넉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정겨운 마당으로 다가가고 싶다. 우리 자녀들의 꿈이 이 땅의 미래로 자라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함께 기뻐하고 싶다.
마당을 채울 주인공들은 바로 동포 여러분들이다. 한인회는 언제나 동포 여러분들께서 자녀들의 손을 잡고 늘 찾아오고 싶어하시는 아름다운 마당이 되고 싶다. 나는 그 마당을 섬기는 마당지기일 뿐이다. 언제든지 찾아오길 바란다. 우물에서 갓 퍼 올린 시원한 냉수 한 사발을 대접하겠다. 출범 6개월째를 맞는 36대 한인회에 보내주신 동포 여러분들의 따뜻한 격려와 사랑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