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서 꼼꼼한 일처리와 탁월한 리더십을 인정받던 한 대학 총장이 잘못 맺은 인간관계를 후회하면서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잘못된 만남으로 비리에 연루되어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을 만난 업보가 아닌가 생각된다.
뒤늦게 양심의 가책을 느껴 목숨으로 사죄를 받으려 한 그의 결단은 다른 파렴치한 공무원들에게 경종을 울려 줄 것 같다.
나는 한국은행에서 수출금융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다. 제품을 만들어서 수출을 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신속한 자금 투입을 위해서 시중 은행이 선 지급을 해주는 것이었다. 문제는 자격이 안 되는 업체에도 대출이 나간 것이다. 수출장려 정책에 편승해서 가짜나 유효기간이 지난 신용장을 내밀며 자금을 달라고 했다.
수출자금이 정당하게 지급되었는지를 심사하는 것이 나의 업무였다. 잘못 나간 자금에 대해 회수 통보를 보내면 담당자는 사색이 되어서 밖에서 만나자고 했다. 할 말이 있으면 사무실에서 하라고 해도 저녁을 먹자는 둥 자꾸 회유를 했다. 같은 부서의 동료는 부적절한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다가 결국 직장을 잃었다. 한국의 부산저축 은행 비리는 얼마나 잘못된 만남이 많은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박승호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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