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 들리는 뉴스를 보면 마치 부정부패의 클라이맥스를 보는 듯하다. 경찰관이 오피스텔을 빌려 매춘 사업을 벌이는가하면, 어느 여고 교장은 여학생에게 변태 행위를 강요하다 발각됐는데 관할 교육청은 경찰 수사를 알고도 쉬쉬하고 있었으니 교육의 부패마저 심각하다.
국방을 위해 헌신하는 국군 장병의 노고에 감사는 못할지언정, 군용 낙하산을 이용해 치부하는 방위사업체가 적발되었고, 어뢰 공격을 탐지하는 ‘소나’까지 말썽이 되고 있으니 어디가 부패의 끝인지 알 수가 없다. 군인은 군사 기밀을 북한에 넘기는 일까지 자행하고, 상관에 대해 유언비어나 퍼뜨리는 장군도 있다.
해방 후 지난 66년간 뇌물이 성행했어도 국가가 잘 돌아갔으니 문제없을 것이라는 친구의 자조적 이야기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신문에 보도되는 뇌물 액수만 해도 적게는 수십만 명 일용직 근로자의 가정 수입과 맞먹는 정도이다. 대학교수가 연구비를 흥청망청 빼돌릴 때, 캠퍼스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은 끼니 걱정해야 되는 판국이니, 부패가 빈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드디어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과천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 온통 나라 전체가 비리 투성이 같고…”라며 “여기 모인 사람들이 크게 각성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국 국정의 최고,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인데, 일선 공무원들로서는 이날 이 대통령 발언이 책임지는 지도자로서의 모습은 아니지 않으냐는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고도 했다.
6.25 동란 직후에는 기독교인들이 주축이 되어 가난한 나라에서 낭비를 막자고 금연 금주운동을 폈다. 요즘 기독교인들은 이 부정부패에 무감각한지 말이 없다. 밥그릇 싸움과 세습으로 외부 세상의 부패엔 관심이 없다. 집사, 장로, 권사 임명을 무슨 매관매직하듯 모금 수단으로 사용하는 교회도 있다.
부패가 만연하니 내일을 바라보는 희망이 없어지고, 오늘 배부르고 즐거우면 그만이다. 그래서 장인 정신도 점점 사라져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의 얼도 찾기가 힘들다.
일례로, 서울 청계천을 가보면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광교와 삼일교 사이 석벽에 조성된 186m 길이의 대형 벽화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정조가 모후인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화성으로 가는 의전 행렬을 그린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를 타일 벽화로 재현했다. 그냥 지나가면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보면 타일 한장 한장이 울퉁불퉁하게 붙어있다. 문외한의 눈에도 작업한 사람들의 장인 정신이나 사명감이 안 보인다. 조상의 얼이 안 보인다는 말이다.
어디 그 뿐인가? 자신이 다른 일에 손해를 봤다고 조상이 세운 남대문에 불이나 지르는 어리석은 후손이 되어가고 있다. 불에 탄 남대문의 구조를 보면, 어떻게 그토록 정교하게 건설할 수있었을까하는 불가사의의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시절, 현재 흥사단의 고문인 안병욱 숭실대 교수가 방문해서 “요즈음 세상은 ‘구보자’ 세상입니다. 먹구보자, 놀구보자 하는 그러한 무책임한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고 연설을 한 적이 있었다.
이 ‘구보자’ 인생이 요즘엔 ‘막가파 인생’으로 변하고 있다. 지금 이 뇌물을 받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는 망상에 젖은, 그리하여 조상이 이뤄놓은 예절의 나라를 허무는 일에 너도나도 동참하고 있다. 동방예의지국이 동방부패지국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폴 손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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