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가지 고민이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한 일년동안 미장원을 안가다 보니 머리가 꽤 길어버렸다. 이젠 머리감기도 머리빗고 뒷정리하기도 힘들 정도가 되어가고 있다. 여름이다 보니 탈색되고 상한 머리카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릴 때도 허리까지 긴 머리를 매일 아침 하나로 묶어 길게 땋아서 묶고 다녔던 버릇이 남아서인지 긴머리 간수하기가 내게는 평범했다. 그래서인가, 긴머리가 짧은 머리보다는 익숙하다. 어려서는 생 긴머리로 풀어서 내리던 묶던 다 잘 어울렸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가 못하다. 긴머리에 그것도 아무 미용사의 도움이 없는 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이기 보다는 왠지 촌스럽게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주위에서는 여러가지 반응이다. 길어서 멋있다는 반응, 또는 너무 길어서 무섭다는 반응… 머릿결이 좋아보였는지 매번 매직하려면 돈 많이 들겠다며 걱정해주는 반응도 있었고… 해명을 하긴 했지만… 아무튼 다양하다. 그래도 정작 나는 그런 반응에 비해 아무 생각없이 긴머리에 적응하며 지내왔던것 같다.
그런데 요즘 머리를 자를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전이다. 아이들과 남편이 깔깔대며 보던 영화가 궁금해 나도 스믈스믈 그 틈에 끼어 같이 보게 되었다. 한국 코믹 영화. 처음에 나도 같이 웃다가 내용이 지날수록 점점 나의 시선은 그 여주인공에게 몰입되기 시작했다. 물론 주인공이니 예뻤다. 그런데 내 시선을 끈 점은 그 주인공의 긴 머리를 보는데 나의 머리 스타일과 비슷했던 것이다. 극중에서 머리스타일이 여러번 바뀌는 통에 나의 시선이 머리에 꽂히기 시작했다. 저런 스타일도 괜찮겠고 저런 스타일도 예쁘다고 생각하던 때에 내 머리 속에서 반격하듯 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 주인공은 어리다는 것이다. 아… 나는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제하자.
딸 옷 잘못 입으면 나잇살이 다 나온다며 조심하라던 동생의 말이 생각이 났다. 냉철하지만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말인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이 옷 뿐만이 아니라 머리스타일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것이다. 그래, 머리를 어떻게든 정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그래도 뽀글파마까진 안 가겠지? 라고 생각하며 혼자 피식피식 웃었다. 식구들의 웃음에 묻혀 내가 왜 피식대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는게 다행이다 싶다. 난 30대 후반의 강정은이지 영화의 어린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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