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 오후 쉐난도 스카이 라인 못미처에 있는 어느 농장 야외 음악당에서 라 보엠 오페라를 관람했다.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1830년대 12월 크리스마스 저녁부터 2월까지 눈 내리며 추운 불란서 파리의 어느 다락방 셋집을 배경으로 한다.
가난하지만 멋있는 보헤미안들인 3인의 예술가(시인, 화가, 음악가)와 한 명의 철학자의 비극적이면서도 여유와 익살이 얽힌 사랑과 우정의 4막 오페라이다.
이날 공연은 미국의 유명한 지휘자 로린 마젤(Lorin Maaze)이, 81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과 함께 세계적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음악도들을 선발해 여름 몇 달 동안 자기 농장에서 음악캠프를 열어 맹연습과 아울러 각종 음악회를 일반에 공개, 그들의 기량을 펴볼 수 있게 하는 캐슬톤 음악축제(금년이 3회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우선 살인적 폭염 속에 시골농장에 설치된 음악당이며 눈 내리며 추운 1830년대 파리의 다락방 모습을 어떻게 무대에 설치했을까 궁금했다. 무대 설치 예술가는 아니지만 눈이 쌓여 있을 지붕들을 생각하면서 서늘함까지 느끼게 되니 삼복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에 ‘이런 것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없어 집세도 밀리고 난로에 땔감도 없어 그 동안 써 놓았던 작품을 난로에 집어넣으며 온기를 찾는 가운데서도 그들은 실망하지 않고 익살을 부리며 밀린 셋돈을 받으러 온 집주인을 구슬려 되돌려 보내기도 하며 한 친구가 그나마 애써 벌어온 돈으로 술집으로 직행하는 만용을 부리기도 했다.
밀린 원고가 있어 나중에 합류하기로 하고 시인 로돌포만이 다락방에 홀로 남게 되고 이 때 바로 이웃 다락방에 사는 수 놓는, 가난하지만 품위 있고 아름다운 처녀 미미가 꺼진 촛대에 불을 붙이려 왔다가 돌아간다. 조금 후 잃어버린 방 열쇠를 찾으러 다시 오게 되며 열쇠를 더듬어 찾는 도중 어둠 속에서 남녀의 두 손이 마주치게 된다. 이때 우리 귀에 익은 유명한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이 나온다. 이 노래는 너무 유명하고 수많은 테너들의 기량점검용 곡이기도 한 것 같다.
로돌포의 ‘그대의 찬 손’에 이어 미미의 ‘내 이름은 미미’의 아름다운 아리아가 답송으로 나온다. 이 노래 또한 유명 소프라노들의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이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레나타 테발디(Renata Tebaldi)를 제일로 치고, 내가 존경하는 한 분은 노래자체를 좋아해 ‘그대의 찬 손’이나 ‘내 이름은 미미’등을 들으면 깊은 감회에 젖어 눈물이 난다고 했다. 나는 파바로티와 콤비인 미렐라 프레니가 수수하기도 하지만 차분하게 부르는 그녀가 어떨까 한다.
오페라는 사랑하는 미미가 중병(폐병)에 걸렸어도 아무 힘도 돼주지 못하며 장탄식하는 시인 로돌포의 가슴에 안겨 미미는 운명하는 비극으로 끝난다.
애처롭고 비극적이나 간간이 친구들의 아름다운 우정과 익살들이 어우러진 이 오페라를 사실 나는 1950년대(고교시절) 말 명동에 있는 시공관(이름은 바뀌었지만 지금도 예술 공연장으로 존속한다 함)에서 맏형님과 처음으로 관람했다. 그 당시 난방시설이 열악하여 KBS 관현악단원(임원식 지휘)들이 조그만 숯불 난로들을 앞에 놓고 연주했던 것이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태양이 작열하는 7월의 뜨거운 여름 오후, 버지니아의 시골 농장 야외 음악당에서 라 보엠을 보고 돌아오는 길은 한결 가벼웠고 마치 단 꿈을 막 꾸고 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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