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싫다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만 돈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흥보가’ 중 ‘돈타령’을 예비해 놓을 요량이다.
오장육보에다가 심술보까지 합쳐서 오장칠보를 갖고 있는 놀부는 요즈음으로 치면 나무랄 데라고는 하나가 없는 ‘완벽남’이다.
돈을 모으기 위해 자식도 두지 않았으니 배울 게 한두까지가 아닌 희대의 달인이자 실존한 인물이라면 장관자리 하나는 이미 꿰찼대도 하나 모자람이 없을 인물이다. 판소리 흥보가는 ‘박타령’이라 달리 부르기도 한다.
세상사 온갖 희로애락을 두 개의 각기 다른 박 속에다 응축해서 모아놨다가 한 번에 터트리면서 세속의 애환을 소리로 풀어내고 있어서 조상들의 기교와 해학을 엿보게 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자세하게 소개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그런 세속을 달관하면서 세월의 강을 여유자적하게 희롱하는 판소리 단가 ‘강상풍월’을 풀어 본다.
완만하게 흐르는 강위에 떠 있는 배를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도 사람을 차분하게 만든다.
언뜻, 안평대군의 꿈을 그렸다는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연상해 보았다가 오히려 추사 김정희의 ‘새한도’가 더 제격일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 소리의 배경이지 싶다.
“강상의 둥둥 떠 있는 배, 풍월 실러 가는 밴가 아니면 금자동의 낚싯밴가.”
그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한송정 솔을 비어 조그만 하게 배하나 만들어서 술과 안주 많이 실어 수~울~렁 배 띄우자.”
“대인은 어디를 가나 대인이요, 출세를 하고 물망에 오르는 일은 상상마저 하지 말자.” 놀부 식으로 보자면 한심하기가 짝이 없는 작자이고, 이 시대에서 보더라도 싹수가 노랗거늘 “자라 등에다 저 달을 싣고, 꿈에 그리던 고향을 어서가세” 한다.
“오월이라 단오는 하늘이 준 계절이고, 태양이 높아서 숲속의 백설이 다 녹아나고, 흰 갈매기야, 날지를 마라 널 잡으려 하지 않을 것이요, 하늘이 같이 보내 준 터이니 나하고 놀자”고 하는 대목에서는 도가사상에 완전 폭 빠진 듯 별세계의 극을 향하더니, 이성을 차리고, 현실세계로 돌아와서 “이런 강상에 터를 닦고, 나무를 베어 쉼터를 만들어 놓고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 들어 베고 누었으니 대장부 평생소원이 요만 허면 넉넉하잖나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자”하면서 판소리 단가 ‘강상풍월’이 끝난다.
무더위가 상상 이상이다.
이럴 땐 잠시 더위가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고, 이미지만으로 마음을 식히는 지혜가 있어야겠다.
사람마다 그리는 시원한 이미지가 비록 현실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마저 없다면 걷는 앞길이 얼마나 터벅거릴까.
대나무 바람 시원한 담양 소쇄원 평상 그늘에 앉아 수박 한 덩어리 갈라놓고서, 고수장단에 맞추어 도포자락 날리며 ‘강상풍월’을 펼칠 그날을 꼽아보는 것도 더위가 부수적으로 내게 주는 창조적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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