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낮게 비치는 북구의 7월은 여유 있으면서도 활기가 넘친다. 긴긴 겨울 동안 어두움에 묻혀 지냈던 사람들은 밤 11시가 넘도록 대낮처럼 훤한 백야를 즐기면서 여름 내내 축제의 분위기를 만끽한다.
북유럽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노르웨이는 눈부신 태양 아래 에메랄드 빛 피요르드와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과 푸른 하늘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그림처럼 신비로운 곳으로 북유럽국 중 가장 인기가 있는 나라이다.
거울같이 맑은 피요르드 해변을 따라 한가한 전원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정화되고 평화스러워지는 그런 곳이다. ‘평화’ 하면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나라, 스웨덴 출신의 노벨이 평화상만은 스웨덴이 아닌 노르웨이에서 선정하고 수여하도록 유언을 남겼던 바로 그 평화의 나라가 하루아침에 지옥 같은 아수라장의 현장이 되었다.
노르웨이를 여행하고 돌아온 지가 채 2주도 되지 않았는데, 우리가 걸었던 오슬로의 그 활기차던 거리와 정부청사, 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시청이 있던 바로 그 도심이, 거울같이 맑았던 오슬로의 피요르드가 아직도 눈에 생생한데 바로 그곳이 테러의 현장이 되어 아무런 이유도 모르고 무참히 죽어간 청소년들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는 뉴스는 노르웨이 국민이 아니라도 그 충격 때문에 할 말을 잃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을 갈 때마다 자연재해로, 테러로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지고 세상 어느 한 군데 안전지대가 없는 것처럼 생각되었지만 그래도 북유럽을 여행하는 동안은 치안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 테러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에 와 있다고 안심했었다. 천상의 자연 속에 깨끗하고 아름다웠던 도시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테러로 인해 갈가리 찢어져 상처를 입고 있으니 참으로 마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충격의 참극에서 하루 빨리 회복해 노르웨이가 가진 진정한 가치의 이미지인 ‘평화와 안전’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개인의 사상과 신념의 자유는 보장받아야 하지만 극단주의로 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소수의 비정상적인 사람들 때문에 온 세계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으니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범행을 저지른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은 종교적 근본주의나 극우주의자가 아니라 어쩌면 어두움에 내버려진 피폐한 영혼을 가진 정신 이상자가 아니었을까? 범인에 대한 이념이나 종교성을 파악하기 이전에 그의 살아온 환경을 살펴보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를 찾는 길 일 것 같다.
햇빛이 눈부신 노르웨이의 7월은 너무나 아름다운 평화의 모습이었지만 두꺼운 커튼이 드리운 집 내부에 숨겨진 고독과 외로움까지 감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바깥은 90도가 넘는 한 여름인데 나는 노르웨이의 한기로 가슴이 시리고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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