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보니 ‘민주평통’이라는 단체가 있었다.
물론 헌법기구이니 당연히 한국에도 있다. 이 단체를 유심히 들여다보니, 유신헌법에 의해 만들어진 ‘통일주체국민회의’가 그 전신으로 국민들을 따돌리고 체육관에 갇혀서 대통령 간접선거를 하고 독재자를 옹호하는 국회의원까지 선출했던 기관이다. 여기에서 선출된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고나서 이름만을 살짝 바꾼 것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이른바 ‘민주평통’이다.
한국에서는 조직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어디다 드러내 놓기조차 꺼려하는 이 조직이 해외에서는 어지간히 복잡하고 시끄럽다.
속해 있는 분들마다 가입 배경에 각 나름의 생각과 사정들이 있었을 것이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순수한 애국심과 열심히 일해서 입지를 다진 다음에 뭔가 조국을 위해 봉사 희생할 수 있는 뿌듯한 조직이자 대통령도 직접 볼 수 있기도 해 많은 분들이 자천타천 참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민주정부 시절에 북한도 방문하고 실상을 직접 보고 와서 통일에의 입장과 의지도 일견 가졌고, 자부와 긍지는 물론 주변으로부터 존경과 선망이 되었던 때도 분명 있었다.
극히 일부일 것으로 보이지만 평화 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이 단체가 천신만고 끝에 남북이 평화적으로 통일하자고 선언했던 ‘6.15 남북 선언’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5.18은 북한 특수군이 자행한 사건이어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반대청원서를 보냈던 단체(국정협)의 발기인이 이 단체를 총괄하는 부의장이 되었다.
본국은 그렇다 치자.
민주평통은 본국 국민들이 낸 세금과 자체 조달회비로 운영되는 단체이다. 조금만 숙고한다면 얼마든지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조국통일에 대한 신실한 자문역할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선정기준도 모호한 인사들로 채워진 이번 워싱턴 평통이 시작부터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나마 대다수의 위원들이 평통의 정치색 배제와 낙하산의 하수인 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전쟁을 배격하고 평화적 통일 방법을 모색하는 평통 본연의 역할을 감당하고자 하는 충정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반증이다.
주변을 돌아보라. 먹고살기 힘들어 하루하루 연명해 가는 수많은 동포들이 있다.
노력인지 운이 좋았던지 입지를 갖추고, 한인사회에 발 딛고 뭔가 봉사와 희생을 다할 각오로 거기에 있다면 통일에 관한 저서나 논문 몇 편 정도를 통해서 통일에 대한 방법론적 차이들도 비교도 하고 감안도 해서 균형된 시각과 포맷을 가지고 임기에 임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주문하고 싶다.
이번 정부 들어서 이해 당사국끼리의 대화는커녕 끼이지도, 끼고 싶은 의사가 있는지도 모르는 본국 정부에 대해 무엇을 자문하겠다는 것인지 옆에서 보기에도 안타깝고 처연하다.
거금의 연회비를 내고 선임이 된 130여명 중 80여명이 주렁주렁 고문급으로 임명된 국가기관에서 하는 일에 무슨 딴지냐고 시비할까봐서 미리 말씀드리고자 한다. 본국에 남아있는 자산의 일부에서 세금이 나가고 있고, 그 세금으로 운영이 되는 단체에 대하여 최소한의 권리주장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름에 상응하지는 못할망정, 거슬리겠지만 분명하게 충언하자면 ‘평화통일’에 좀 제대로 ‘자문’하시길 바란다.
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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