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시나 컵 같은 저렴한 생활필수품을 사려고 가끔 99센트 스토아에 들린다.
몇 가지 필요한 물품을 골라 계산대로 향하던 코너 한쪽에 돋보기안경이 진열되어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제품에 반가운 마음으로 하나를 골라드니 디자인도 나무랄 데 없고 도수도 안성맞춤이었다. 단 돈 1불에 돋보기안경을 구하다니, 마치 횡재 한 기분이 들었다.
내게는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쇼핑에 귀재인 친구가 있다. 그녀와 가끔 쇼핑몰에 들려보면 상점마다 기웃대며 아이쇼핑을 즐기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패션 잡지나 신문 또는 광고지에서 할인쿠폰을 모았다가 사용하든가, 아니면 대폭적인 세일행사를 기다렸다가 구매하기도 한다.
얼마 전 그녀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오랫동안 눈독들이던 명품 옷을 80%나 할인받고 구입하여 한껏 기분이 좋았었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출근해보니 놀랍게도 동료가 똑같은 옷을 입고 있어 어디에서 구입했느냐 물으니 그라지 세일에서 1불을 주고 샀다며 한참 자랑을 늘어놓았다고 했다.
대체로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방식에는 가치관의 차이가 있는 듯하다.
단돈 1불짜리 옷 한 벌의 구입경로도 기탄없이 밝히며 떳떳하게 입고 출근하는 백인교사는 세놓고 있는 단독주택을 세 채나 소유하고 매달 꼬박꼬박 임대료를 챙긴다 했다. 그런걸 보면 청교도정신이 투철한 실용주의야말로 미국정신의 요체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 또한 어찌 아닌 척 할 수 있으랴마는 일반적으로 동양인, 특히 한국인들은 허세와 체면을 내세우는 경향이 좀 심해 보인다.
밤하늘의 초승달이 서서히 반달이 되고 나아가 만월을 이루듯 일상사의 자잘한 기쁨이 더하고 쌓이다 보면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안분지족(安分知足)에 들을 수 있을 듯싶다.
따끈한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열며 참새들과 아침인사를 나누는 즐거움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주고받는 여담도, 저녁상머리에서 오순도순 오가는 정담도 모두가 천금보다 소중하고 소박한 행복이 아닌가.
새들마저 잠든 늦은 밤, 1불짜리 돋보기안경을 걸치고 컴퓨터를 켜니, 비 개인 맑은 날 산천초목처럼 선명하고 산뜻한 화면에 기분이 다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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