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워싱턴에 지진이 있던 날, 나는 딸집에서 손자에게 간식을 주고 있었다. 같이 있는 강아지가 유난히 큰소리로 짖어서 누가 찾아 왔나 하고 문을 여니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걷는데 갑자기 몸에 중심이 없고 어지러워 걸음을 뗄 수 없었다. 집도 약간 흔들리는 듯했고 약 20초간이었지만 처음당하는 지진이라 너무 놀랐다.
약 20초간 미국 동부 지방이 지진으로 건물이 흔들거리고 사상 최대의 대피소동이 벌어졌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일부는 9.11테러가 일어난 줄 알았다고 한다. 또한 일찍 귀가하려는 사람들로 교통체증이 극심했으며 휴대전화도 잠시 불통이었다. 이날 내내 동부지역 사람들은 모두 공포의 오후를 보냈다.
지진은 예보가 없고 도둑처럼 찾아온다고 한다. 동물은 지진 감지도가 사람보다 빠르다고 한다. 때로는 사람이 동물보다 둔감할 때가 있는 것이다. 지난봄 일본에서의 대지진도 동물들이 먼저 도망갔다고 한다. 동물원의 사자는 10분 전부터 지진으로 인한 진동이 진정될 때까지 일어선 채로 으르렁거렸다. 원숭이도 15분 전부터 위험을 알리며 괴성을 질렀다.
미 동부지방 역사상 최대 강도인 규모 5.8의 지진은 자연 재해로 인간에게 많은 경각심을 깨워주었다. 지질조사국(USGS)은 초기진동보다 강력한 여진(餘震)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앞으로 마음 놓고 산다는 것이 두려운 생각이 든다.
지진에 이어 지난 주말에는 50년 만에 찾아 온 초대형 허리케인이 워싱턴 지역을 강타한다고 해 어수선했다. 그로서리에는 먹을 것과 홈 디포에서는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전등, 촛불 등이 동났다. 워싱턴 지역의 100만 가구가 1~2일 동안 전기가 나갔다. 우리 집에도 불이 나가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를 끓이지 못하며 전기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다.
다행히도 허리케인은 예상보다 약화(弱化)돼 지나갔다. 당초 우려보다 피해가 적어 안도했다. 자연재해는 늘 다가오는 큰 재앙의 예표(豫表)이기도 하다. 금년은 지난 3월 일본의 쓰나미 등 세계적으로 자연재해가 많은 해였다. 재난은 모든 것을 잃게 하지만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재난은 인생의 교훈이 되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지 모른다. 자연재해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능하고 연약한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다고 한다. 인간도 누구나 세파에 흔들리며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언젠가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 자연과 비슷하지 않은가. 자연은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변화 속에서 인생의 교훈을 배운다. 인간은 언제 무슨 일을 만나 알 수 없는 질그릇 같은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신(神)은 우리를 새의 깃털처럼 보호해주시니 늘 감사와 자신을 낮추는 겸허하고 성숙한 삶을 살아야겠다.
벌써 9월이다. 초가을의 맑고 푸른 하늘을 가족, 지인들과 함께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싶다.
채수희
미주 두란노 문학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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