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남북을 종단하는 5번 프리웨이 좌우 사막에는 풍요가 넘친다.
끝없이 펼쳐진 개간농지에 셀 수도 없는 스프링클러가 돌아가고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각종 유실수와 농작물이 여름햇살에 짙푸른 웃음을 머금고 잉태의 포만감으로 느긋하다. 시계(視界)마저 미칠 수 없는 목화밭, 감자밭, 그리고 옥수수 밭들이 결실의 계절을 기다린다.
갓길에 잠시 차를 세우고 목화밭을 바라본다. 연노랑, 연분홍 꽃들이 바람결에 하늘거리며 어릴 적 고향의 목화밭을 연상시킨다.
흰 무명수건을 머리에 두른 어머니와 동네를 지나 야트막한 산등성이에 올랐었다. 야산 한 자락이 온통 목화 꽃으로 뒤덮여 들바람에 살랑대고 있었다.
어머니가 호미로 잡초를 뽑고 밭두둑을 돋우시면 나는 달착지근한 목화다래를 따먹으며 밭이랑을 뛰어다녔다. 며칠 후 다시 들려보니 꽃은 간데없고 하얀 솜 송이가 가지마다 다닥다닥 매달려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의 섭리와 은총에 감복하게 된다. 또한 척박한 사막을 개발하고 그곳에 풍요를 가꾸는 사람들의 집념과 노력에도 탄복을 금할 길 없다.
어머니가 여름내 한 자루 호미로 가꾸시던 목화밭은 이제 기억 속에 한 점 심화(心畵)로 남아있을 뿐이다.
노예해방 이전까지만 해도 주로 흑인들이 꼭두새벽부터 해질녘까지 영가(靈歌)를 불러가며 재배하고 수확했던 목화밭에는 이제 인적도 없고 노랫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지금은 개간과 경작을 대부분 기계가 대신하고 비료와 농약도 경비행기로 살포한다.
광주리에 목화송이를 가득 따온 어머니는 씨를 빼내야 솜을 틀 수 있다며 틈틈이 까만 목화씨를 발라내셨다.
요즘에는 목화씨를 짠 무공해 식용면실유가 꾸준히 판매되고, 피부와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면직(綿織)의 수요가 증가한다고 한다.
더군다나 목화씨에서 천연대체연료를 대량으로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다하니 머지않아 목화 바이오에너지(Bio Energy)로 공장이 가동되고 자동차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른다.
대량으로 목화를 경작하고 확보하려면 광대한 토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캘리포니아의 사막이야말로 천혜의 바이오에너지 보고(寶庫)가 아닐까.
목화밭(Cotton Fields)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며 차에 오른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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