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취향이 바뀐다. 쇼핑몰이나 영화관처럼 번잡한 곳은 가급적 피하게 되고 지인들과의 모임에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참석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몸 가꾸는 일에 태만해지고 화장도 웬만하면 거른다. 내가 미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싱싱한 젊음이 남아있지도 않은데 어디서 오는 후안(厚顔)이며 배짱인지 모르겠다. 다만 외면을 가꾸는 시간과 노력이 아깝고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이 좋을 뿐이다.
노동절 연휴를 맞아 떠난 여행길에 모하비사막을 지났다.
작렬하는 사막의 태양아래 조슈아(Joshua) 나무들이 참선하는 듯 경건하고 노란 세이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길손의 여심(旅心)을 사로잡았다.
먼 옛날, 사위가 온통 바다였었다는 모하비사막 서편으로 시에라네바다산맥의 한 줄기가 지순한 모습으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작년 이맘때에도 고국에서 방문한 문인들과 어울려 모하비사막을 통과했었다.
서울에서 오신 시인 한 분이 차창 밖을 내다보며 “이곳은 가도 가도 끝없는 사막과 돌산뿐이니 볼품도 없고 지루하기만 하네요.” 라고 말했다.
곡선이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한국의 산과 들에 익숙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나 또한 미 서부의 국립공원에 자라는 수백 년 된 아름드리나무를 볼 때 외에는 거의 메마르고 척박한 산을 보며 고향 산을 그리워했었다.
그러나 이곳에 살다보니 어느덧 심안의 취향도 바뀌었음인가, 모하비사막 같이 인공이 가해지지 않고 태고의 신비로 남아있는 산야가 좋아진다. 잠시나마 내 자신이 때 묻지 않은 마음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자연의 위대함은 사막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사막은 바람에 구르는 회전초(Tumbleweed)들을 어머니 가슴에 품듯 안아 기르고, 여러 종류 생물체들의 귀한 생활 터전이 되어 준다.
바람도 해님도 거칠 것 없이 드넓은 땅, 밤하늘의 별들은 쏟아질 것 같이 크고 밝은데 사람의 마음도 이렇게 넓고 밝다면 얼마나 평안할까.
사람에 따라 보잘 것 없고 지루하다던 사막에서 나는 생명의 존귀함을 생각했다. 영원할 것처럼 살아가는 우리인생도 한 포기 풀과 무엇이 크게 다르랴.
짧은 일정이었지만 대자연 속에서 삶의 번잡한 마음이 치유 받고 좀 더 자유로워 진 것 같다. 전에 만났던 서울 시인은 지금쯤 어떤 자연 앞에서 무슨 시상에 젖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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