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도 가물거리는 바람 부는 날, 나는 28살의 아름다운 청년을 만났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느끼던 설렘보다는 어떻게 그를 지켜 보아야할지 마음이 착잡했다.
휠체어를 밀고 들어선 사람이 아그리파 조각상처럼 머리와 몸통만 있는 청년을 반짝 안아서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두 팔, 두 다리가 없으니 앉았는지 섰는지 구분이 안 되는 몸인데도 이리저리 움직이며 재치 있는 언변으로 강연을 이끄는 그의 표정이 행복해 보였다.
그의 이름은 닉 부이치치(Nick Vujicic)다.
영상매체를 통하여 그에 대한 신상은 알고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선천적 지체부자유아로 태어나 숱한 역경을 극복하고 이제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전도사가 되었다. 그냥 바라보기에도 마음 아픈 신체장애를 가진 그가 세상에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며 윈드서핑, 골프, 축구, 줄넘기 등, 각 분야에 도전하고 두 개뿐인 발가락으로 컴퓨터를 다루며 전자드럼을 연주하는 영상을 보았을 때는 감탄과 연민이 교차했었다.
괴테는 “인간을 미래의 가능한 모습으로 바라보면 그는 정말로 그런 사람이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도 오늘이 있기까지 앞날을 그려보며 얼마나 많은 눈물의 노력이 있었을까. 한 시간이 넘도록 이어지는 강연을 들으며 눈에 보이는 신체적 장애는 말 그대로 불편한 것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세상에는 사지가 멀쩡해도 정신적인 지체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그는 건강한 마음이 있으니 세상이 아름답고 즐겁다 하며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 않는가. 밝고 당당한 목소리로 주어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그를 보며 내 자신을 뒤돌아보았다.
눈물깨나 쏟을 것 같아 마음을 단단히 다지고 참석했었는데 강의가 끝날 즈음에는 모두들 얼굴에서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연설을 통하여 자신이 얼마나 축복받았고 행복한 사람인지 깨달은 듯 했다.
세상사람 모두를 사랑으로 안아주고 싶다는 그에게 내가 먼저 달려가 장한 아들을 둔 어미의 심정으로 안아주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약혼했다는 말에 청중들이 큰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밖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보니 야자나무에 걸린 반달이 그의 신부인양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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