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바라크 퇴진시위 규모 능가
▶ 20~40대 타흐리트 광장 운집
22일 이집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군부를 비판하는 ‘100만명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22일 오후 6시께(현지시간) 이집트 민주화 성지인 타흐리르(해방) 광장. 이날은 벌써 4일째 이어지는 민정 이양 촉구 시위가 거세지자 군부가 오는 7월1일 민정 완전 이양을 약속하는 대 국민 담화를 발표한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위대들은 이같은 약속을 믿을 수 없다며 군부 통치하의 총선을 반대하며 군의 즉각적인 정권 이양을 초구하며 시위의 목소리를 높였다.
타흐리르 광장 인근의 ‘오페라’ 지하철 역에서 내려 나일 강을 가로지르는 약 200m 길이의 카스르 알 나일 다리를 건너자 수십만의 인파와 매캐한 냄새가 동시에 접해졌다.
광장 주변을 통제하는 건장한 체격의 청년 5명이 자체적으로 검문을 벌이며 통행인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고 나서 길을 비켜줬다.
현지에서 발급받은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며 다다른 타흐리르 광장은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시위대와 새로 합류하려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광장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간 군인·경찰이 이곳에 모인 시위대를 진압하고자 엄청난 양의 최루탄을 발사했음을 짐작케했다.
실제 광장에 모인 시위대 10명 가운데 6~7명꼴로 마스크를 착용했고 광장에 머문 동안 최루탄 가스 여파로 재채기가 그치지 않았다. 이날 낮 시위대와 군경간 충돌이 빚어진 내무부 청사로 이어지는 길로 접어들자 최루탄 가스 냄새는 더욱 심해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광장에서 가장 가까운 ‘사다트’ 지하철 역사와 광장 곳곳에서는 상인들이 다양한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었다. 5파운드(약 1달러원)짜리 일반 마스크부터 여과 기능이 갖춰진 고급 마스크(약 2~3달러)도 눈에 띄었다.
최소 10만명 이상 추산되는 시위대 행렬은 카스르 알 나일 다리로부터 타흐리르 광장까지 1km 이상 이어졌고 광장과 연결된 주요 도로와 골목도 몰려드는 인파로 가득찼다.
광장에서 만난 시위대는 "지금 몇만 명이 모였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직장인이 업무를 마친 뒤 오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50만명은 모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로 시민인 알긴드 이스마일(39)은 "지난 1월 호스니 무바라크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 이후 가장 많은 시위대가 몰린 것 같다"고 했다. 시위를 주도한 단체들은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서 군부를 비판하는 ‘100만명 행진’을 제안했고 이 제안은 인터넷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광장은 20~40대 젊은 층이 대부분을 메웠다. 이들은 ‘군부는 퇴진하라’ ‘우리는 자유와 사회정의를 원한다’ ‘탄타위는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쉴 새 없이 외쳤다. 후세인 탄타위는 이집트 과도정부를 이끄는 군 최고위원회(SCAF) 사령관이다. 일부 광장 내 약 5m 높이의 신호등 위에 올라 3색 이집트 국기를 흔들었다. 철권통치를 했던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던 그 뜨거운 함성이 이번에는 군부를 직접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인 셈이다.
광장 한복판에서 만난 사예드 엘시시(24)는 "무바라크가 퇴진한 뒤 군부가 집권한 9개월간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군부의) 부패도 여전하고 치안은 더 불안해졌다. 군부의 완전 퇴진을 요구하고자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이집트 국기를 들고 광장에 나온 예히아 카멜(50.기술자)은 "더는 군부가 이집트를 통치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들은 군인 본연의 역할만 하면 되지 정치적 일을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시민은 "최근 사흘간 군인과 경찰이 시위대를 공격해 사망자가 40명을 넘었다. 군부는 평화적인 시위를 막았고 시민을 살해까지 했다"며 군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광장 주변에선 부모를 따라나선 일부 어린이와 10대 남녀 어린이들도 눈에 띄었고 일부 50~60대 노인들까지 가세했다. 무바라크 퇴진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총선 일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집트 정치 단체와 민주주의 운동가들은 군에 대한 국회의 관리·감독을 피할 수 있게 하는 이 헌법 시안에 따라 군이 민정이양을 하지 않고 그대로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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