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진짜 재밌는 영화가 오늘 개봉해. 엄마 생일을 축하하나봐.” 추수감사절 이브였던 지난 수 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이들이 난리다. “해피버스데이, 엄마!” 라며 카드 한장씩 내밀더니, 냉큼 극장에 가자고 성화다.
추수감사절을 겨냥해 개봉하는 영화를 엄마생일에 슬쩍 갖다붙이며 보러가자고 조르는 것이다. 저희들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주는 기분이지만 해리포터7 이후 같이 본 영화가 없어 안 그래도 하나를 고를 참이었다.
생일축하 선물(?)로 본 그 영화는 다름아닌 ‘Hugo’. 순수의 시대, 택시 드라이버를 만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3D분야에 첫 도전장을 내민 가족 판타지물이다. 영화업계 불황 타개책으로 요즘 감독들은 너도나도3D로 뛰어든다는데 관객들은 티켓 값에 눈이 한번, 불쑥불쑥 돌출하는 장면들로 인해 눈이 또 한번 튀어나온다. 정신 사나운 입체영상이 뭐그리 좋다고…
아동도서중 꽤 유명한 브라이언 셀즈닉의 ‘The invention of Hugo Cabret’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930년대 프랑스 파리 기차역에서 거대한 시계를 관리하며 살아가는 고아소년 휴고의 모험을 그린 영화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로봇인형의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줄거리. 영화속에는 고아소년 휴고를 통해 영화인생을 되찾는 1900년대 초기영화, 특히 SF계의 개척자인 조르주 멜리에의 생애를 담고 있다.
‘휴고’는 3D컴퓨터그래픽의 효과를 최대한 활용, 1930년대 파리시의 풍광을 어마어마한 스케일로 재현했다. 아바타로 대박을 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3D를 활용한 작품 중 최고”하는 극찬을 했다는데, 기차씬에서는 폴라 익스프레스 비슷하고, 세트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해리포터 같기도 하며(해리포터 담당 아트 디렉터들이 대거 참여), 영화사 초기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부분 에서는 시네마 천국을 보는 듯했다.
주인공 휴고에겐 로봇인형의 미스테리를 풀고 진정한 ‘가정’의 회복을, 영화와 등지고 살던 조르주 멜리에에겐 상처속에 파묻어놓았던 영화에 대한 꿈과 열정을 되살려주는 영화 ‘휴고’.
휴고를 통해 공상과학(SF) 영화의 효시이자 특수효과를 사용한 최초 영화 ‘달나라 여행: Trip to the Moon, 1902)’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생일날 개봉한 영화가 준 멋진 보너스였다.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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