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예배실 입구로 들어설 때 마주치는 행운목의 잎사귀가 먼지투성이였다. 그 옆에는 잎이 바짝 마른 동백꽃 화분이 있었다. 화분의 흙을 손으로 만져보면 너무 말라 돌덩이처럼 굳어있었다.
곁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 쓰레기통을 뒤져 일회용 컵을 찾아서 물을 담아 화분에 물을 급히 주고 예배실로 간 적도 있었다. 교회가 넓고 각 부서에서 할 일도 많기에 미처 화분까지 세심하게 챙길 수 없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지난 12월에 시작되는 2012년 교회봉사 신청서를 보니 식물 관리부가 있길래 신청을 하였다. 식물 관리는 이제 나의 책임이니 화분에 물을 주고 마른 잎을 과감하게 잘라내는 권한도 있다고 생각했다.
매 주일 틈만 나면 꽃나무 잎의 먼지를 손으로 하나하나 쓰다듬어 털어준다. 가위로 마른 잎사귀를 잘라 푸른 새잎이 빨리 나오도록 정돈해 준다. 큰 플라스틱 들통 두 개에 물을 가득 담아 카트에 싣고 곳곳의 화분마다 점검하여 흙이 촉촉하도록 물을 넉넉히 준다.
정성을 쏟으니 나무들은 보답을 한다. 푸르고 싱싱한 잎이 생동감 있어 쳐다보는 마음까지 푸르고 싱그러움에 젖게 한다. 햇빛을 받아 반짝 반짝 빛을 내며 생명의 기운을 발산한다. 예배실과 친교실, 복도, 실내 주차장 입구에 서있는 화분의 수를 세어보니 서른 개 정도 된다. 주일날 혹은 토요 새벽예배를 마치고 나면 한번씩 화분들을 점검하게 된다.
그렇게 한달 반 동안 시간을 쏟아 붓다 보니 문득 의문이 생겼다. 식물관리부 일을 해보니 생각보다 시간과 힘이 많이 드는 것이다. 드는 품에 대한 효용가치를 계산해 보게 되었다.
교회에서는 예배드리고 성경공부하고 성도 간의 교제에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화분에 정성을 기울이느라 이렇게 시간을 써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나무를 가까이 하며 손질하는 것은 재미있고 나의 성격에도 맞아 그 시간이 즐겁기조차 하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하는 것이 정말 옳은가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가정이나 사무실이나 실내에 화분이 두서너 개 있는 것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에 필요하다. 그러나 힘에 부칠 정도가 되어 먼지를 뒤집어 쓴 화분, 잎사귀가 말라 노랗게 변색된 화분이 실내에 있는 것은 없는 것만 못하다.
각종 행사 때마다 교회로 온 축하화분이 쌓여 숫자가 늘어난 것이다. 필요한 것만 남겨두고 여분의 화분은 거라지 세일 때 팔아서 선교비로 쓰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쪽같은 시간을 꽃나무 손질하면서 보내기에는 세상에서 꼭 해야 할, 혹은 해보고 싶은 일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이 든 나무들의 잎사귀를 만지작거리면서 예쁘게 키워 어떤 녀석을 팔아치울 것인지 궁리한다.
신이 우리에게 허락한 시간은 정해져 있다. 인생의 성패는 한정된 시간을 잘 관리하는 것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공부하라”는 잔소리 보다 많이 한 것이 “시간 낭비 하지 말라”였다.
집안 시선이 닿는 대부분의 장소에는 시계가 있다. 거실에는 지름이 50 센티가 넘는, 아라비아 숫자가 아주 크게 쓰인 둥근 시계가 벽난로 옆에 있다. 고장이 나면 바꿔가며 수 십년 동안 같은 스타일의 시계를 걸어두었다.
올해는 일의 우선순위를 잘 파악하여 지혜롭게 시간을 관리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려면 나무의 가지치기 하듯, 시든 잎을 잘라내듯 꼭 필요하지 않은 일들은 과감하게 자르는, 순간순간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윤선옥 / 동아서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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