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월에도 화창한 날씨, 자전거 전용도로까지 있는 이곳은 마치 자전거 천국 같다. 나도 중고 자전거를 사고 라커와 헬멧, 장갑까지 단단히 준비해 이 대열에 끼기로 했다.
집에서 학교 연구실까지 가려면 지역 셔틀 버스를 타고 한 번 더 갈아타야 하는데, 멀리않은 거리에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치면 편도 평균 40분이다. 구글맵을 찾아보니 차로는 10분, 자전거로는 17분의 거리다.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면서 자전거로 통학을 시작했다.
처음엔 길을 익히기 위해 GPS를 따라서 달렸다. 아무리 초행길이라곤 하지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체력이 딸리는 탓도 있었지만,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도로에서는 주차되어 있는 차들과 달리는 차들 사이를 달려야 하니 겁도 났다. 좌회전을 해야 할 때는 더군다나 사방에 둘러싼 차들의 눈치가 보였다. GPS가 안내해주는 대로 가다보면 공사중인 지역이라 도로가 좁거나 막혀있는 곳을 지나야 할 때도 있었다. 기차길도 건너야 한다. 일방통행인 길도 있다. 큰 길을 건널 때는 중간중간 건널목도 많아 멈춰서 신호등 버튼도 눌러주어야 한다. 신호등이 없어도 빨간 STOP 사인이 있으면 좌우를 살펴야 한다.
세네번 정도 왕복하면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좌회전을 최소화 하는 길을 찾아냈다. 정확히 20분이 걸렸다. 이론에 점점 가까워진 셈이다. 좀더 빨리달리면 15분으로 단축시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결국 생각해보니 이 도시는 홍보하는 대로 자전거 친화도시 (bike friendly)가 맞는 것 같다. 차들은 생각보다 질서있고 친절하게 멈춰 주었고, 자전거에게 도로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출퇴근 시간만 피하면 도로에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도로를 혼자 다 점령한 기분도 만끽할 수 있다.
한국에서 대학에 처음 입학했을 때 자전거로 통학을 시도해봤지만 공격적인 차량들이나 즐겁게 수다를 나누며 길거리를 걷고 있는 시민들을 비집고 갈 틈이 없었다. 한국도 점차 시민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공원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리 쉽지 않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에도 여기서 맛보는 자전거타기의 행복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스탠포드대 방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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