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한 동생이 강의실 들어오는 길에 찍었다며 사진 몇 장을 보여줬다. 전공수업이 있는 학교 건물 입구에 흐느러지게 만개한 벚꽃나무를 찍은 사진들이었다. 3.5인치의 작은 화면에 봄이 담겨 있다.
올해 유난히 더 추웠다던 한국의 한파와 대비되듯 북가주는 2월 초부터 봄기운이 돌았다. 중앙도서관 앞의 잔디밭에는 으레 모든 학생들이라면 한번씩은 꿈꿔볼 캠퍼스의 로망, 잔디밭에서 책 읽으며 낮잠 자는 자유로운 청춘들이 이리저리 누워 있고 아침의 쌀쌀한 기운에 단단히 여민 코트가 정오 쯤에는 성가신 존재가 되어버렸다. 언제 봄이 오나 했더니 어느새 따뜻한 바람이 불고, 그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들이 내 손등도 스치고, 내 발이 닿는 길목에도 떨어져 있었다. 명실상부 꽃피는 봄이 왔다.
지난 겨울, 나는 “꽃피는 봄이오면”이라는 명제를 두고 야심찬 계획들을 많이 세웠다. 작년 여름 배우기 시작한 그림을 계속 그려야지, 8인치 스케치북을 온갖 알록달록 다감한 색깔들로 가득 채워버려야지라며 혼자 흡족해했다. 이제는 취미생활이라고 말하기에는 약간 어색한 등산도 다시 시작해야지라며 마음은 이미 낮은 뒷산의 정상에 서 있었고, 갓 배우기 시작해 코드만 겨우 칠 줄 아는 기타는 나를 이미 봄이 연상되는 모든 달콤한 멜로디를 칠 수 있는 싱어송 라이터로 만들었다.
겨울이 없으면 봄이 없는 것은 당연한 세상의 이치이지만 나는 봄이 모든 시작을 상징하는 것 같다. 추워서 집에만 있고 싶은, 온 몸을 웅크리는 겨울이 지나가면 어느 새 낮잠보다는 오후의 활보가 더 소중해지는, 적당한 양의 바람과 햇볕이 삶을 메우는 봄이 온다. 모든 만물이 생기를 찾아 또 다른 삶을 시작하세요라고 나를 응원해주는 것 같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힘이 생긴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동안 비구름이 몰려오더니 날씨가 겨울로 돌아가는 듯하다. 봄이 오다 말았나 생각에 약간 의기소침해졌다. 그러다 다시 “꽃피는 봄이 오면” 메모지를 꺼내 들었다. 그래, 사람들을 모아놓고 팟럭(pot luck)을 하자. 다시 찾아온 짧은 겨울에 봄을 기다리는 신나는 계획이 하나 더 늘었다.
나는 봄 예찬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