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보름날
때때옷이 비칠까봐
웨스턴 거리로 나갔더니
멀리서 징소리가 들려왔다.
주차장 빈터
흰 우리 옷차림의 남녀 학생들의
쾌자자락 나부끼는 민족의 풍물
사물놀이 왔다고 신명을 돋워도
코빼기 하나 내밀지 않는 상가사람들.
젊은 오기는 더욱 날카로워져
꽹과리와 징의 무거운 운율은
이국 사람들에게도 신기하겠는데
온통 호응이 없다.
<‘대보름’ 중에서>
박만영 시인이 시집 ‘목숨의 탄도’를 냈다. 문학나무.
92세 시인이 병상에서 낸 6번째 시집이다. 박 시인은 폐렴과 식도 이상증세로 오랜 기간을 양로병원에서 투병하면서도 놀라운 열정으로 지난해 5번째 시집 ‘여기에 살고 있다’를 펴내 제1회 문정 시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에 나온 새 시집에는 시대의 아픔을 담아 쓴 68편의 시를 담고 있다.
시인은 머리말에서 “26편밖에 안 되는 향가와 고려 가요에서 우리 민족의 현실주의와 서양 시 경향과 정반대되는 동양적 심상 위주의 시들에게 애착을 느꼈다. 이 시들 속에서 얻어낸 그때의 사회상과 시대상은 지금의 내 시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며 “문학의 길로 들어서서는 한눈팔지 않고 매진해 왔다고 자부한다. 우리 것을 앞세우고 닦아나갈 때 세계의 문학에 끼일 수 있다고 본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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