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언론, 중 실력자 보시라이 실각과정 자세히 보도
실각한 보시라이와 부인 쿠카이라이가 지난해 한 행사장에 들어서는 모습.
대만 연합보가 25일 배신과 음모, 비리, 암살 등으로 점철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중국 보시라이(63) 전 충칭시 당서기 실각 사건이 일어나게 된 전말을 상세히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왕리쥔은 그를 내치려는 보시라이를 만나 자신을 한 번만 더 봐달라며 막다른 골목으로 몰지 말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보시라이는 들은 체 만 체 왕리쥔을 내쳤다.
2월6일 낮 왕리쥔은 만일을 생각해 보시라이의 비리와 불륜 현장을 몰래 담은 다량의 사진과 동영상을 휴대하고 미국총영사관에 들이닥쳐 망명을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왕리쥔의 망명 요청을 중국 정부에 통보하는 동시에 그의 신분과 들고온 자료를 철저히 조사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왕리쥔이 정치박해를 받는 반체제 인사나 인권활동가가 아닌 점에서 미국의 정치비호를 받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일단 판단했다. 또 미국은 왕리쥔이 보시라이의 ‘공산당과 사회주의를 예찬하고, 범죄와 부패를 척결하는 정책’을 앞장서 진두지휘하면서 인권을 침해한 점 등을 들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그를 총영사관에서 내보냈다. 이로인해 중국 정부는 왕리쥔 사건을 공개 확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왕리쥔이 미국총영사관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사정은 이랬다. 2011년 11월15일 그는 충칭의 난산리징두자 호텔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피해자는 왕리쥔도 아는 보시라이의 오랜 재무고문이던 닐 헤이우드였다.
왕리쥔은 먼저 호텔 곳곳에 설치한 CCTV가 찍은 영상을 확인하고서 보시라이의 부인인 구카이라이가 헤이우드를 살해하는데 직접 가담했을 뿐만 아니라 헤이우드가 구카이라이의 외도 상대 중 하나라는 점을 알게 됐다.
그간 구카이라이는 헤이우드에게 중국인 부인과 이혼하라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자 앙심을 품었고 헤이우드에게 주기로 한 거액의 재무고문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보시라이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낌새를 눈치 챈 헤이우드는 보시라이 부부가 지난 수년간 국외로 빼돌려 세탁한 돈과 연관한 증거자료를 서둘러 수집했다.
헤이우드를 24시간 감시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고 있던 보시라이 부부는 제18차 당대회를 목전에 두고 최고지도부 입성의 꿈을 수포로 만들 ‘폭탄’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결정을 하자 하수인에 명령을 내렸다.
자신을 살인 현장 ‘청소부’로 쓰려고 한다는 사실을 직감한 왕리쥔은 부검의를 일부러 불러 헤이우드 시신에서 살 한 조각을 잘라 보관하도록 했다. 결국 이 증거는 나중에 구카이라이의 자백을 끌어내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구카이라이는 본인의 생일 음식으로 끓인 것이라며 독약을 푼 국을 들고 호텔로 헤이우드를 찾아왔다.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 왕리쥔은 자신이 처한 처지를 곰곰이 따져봤다. 수사당국이나 사정기관에서 조사에 나설 때 보시라이가 적극적으로 거들어주면 무사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왕리쥔은 겁이 났다. 즐겨 읽은 역사책에서 진시황이 생전에 만든 능의 비밀을 지키려고 공사를 총감독한 대목수까지 남김없이 죽였다는 대목이 떠올라 식은땀이 났다.
이후 왕리쥔은 보시라이 부부를 도청하는 것은 물론 모든 행적을 감시하고 특히 보시라이의 언행을 녹음해 은밀한 장소에 따로 보관했다.
지금까지 보시라이 부부가 최소한 11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을 곁에서 목도한 왕리쥔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2월6일 낮 왕리쥔은 청두의 미국총영사관 문턱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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