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가 보릿고개를 넘을 때에는, 먹을 게 풍족치 못했어도 가족의 끈끈한 정으로 서로가 의지하며 살았었다. 형제들이 밥상에 둘러앉아 나누던 담소는 육신의 양식보다는 영혼의 양식을 듬뿍 섭취하는 시간이었다. 없어도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어떻게든 가난을 벗어나야겠다는 일념으로 모두 열심히 일했다. 곁눈질할 새 없이 산업 발전에만 전심전력을 쏟다보니 물질문명이 정신문화를 앞지르게 되었고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 경제 성장만 부르짖다보니 정신문화의 퇴보를 초래한 것이다. 산업화는 스트레스를 몰고 왔고, 핵가족 시대로 변화하면서 형제간에도 경쟁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버지니아 공대에서 발생했던 한인 대학생 조승희의 무차별 총격 사건은 32명이 피살되고 29명의 부상자를 남겼다. 부모가 이민와서 밤낮으로 세탁소 일에 매달리다보니 가족들이 함께하는 식탁이 거의 없었을 터이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의하면, 한 주간 3일 이상 부모와 저녁 식탁을 함께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과는 현저한 성적의 차이가 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를 좋아한다. 부모가 매일 자신을 인정해주며 함께 시간을 보내준다면 자신감이 길러진다.
그 악몽이 잊혀질 즈음, 지난 4월2일에는 실리콘 밸리 인근 오클랜드에 소재한 한인 목사 운영의 오이코스 대학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다. 43세의 이 대학 학생 고수남씨에 의해 학생 및 직원 7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비극이었다.
언론은 조승희 사건을 함께 거론하며 힘겨운 이민생활이 빚어낸 비극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다른 캠퍼스 총기난사범들처럼,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고씨는 지속적인 왕따와 업신여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톨이가 되었을 때 누가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주면 힘이 되었을 것이고, 평생 잊지못할 격려가 되었을 텐데…
왕따는 두 사람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지난 4월10일, 애틀랜타에서 발생했던 히스패닉계 여성 변호사 총격사건을 보면 발단은 한인 남편과 자신의 사무실 사무장으로 일하던 한인 여성과의 불륜이었다. 여자의 추측은 남자의 확신보다 더 정확하다는 말이 있다. 사랑과 배신감 속에서 너 죽고 나 죽자는 결단을 내렸을 그녀의 심정을 이해한다.
26년 전 한인교회에서 동네 백인교회로 옮긴 후, 줄곧 이 교회 소속이 되어왔다. 아내는 10여년 같이 다니다 한인 교회로 옮겨서 주일이면 우리 부부는 이산가족이 된다.
미국교회는 가정, 특히 결혼생활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한인교회는 부부사이의 관계보다는 순종과 봉사를 강조한다. 그래서 교회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수록 믿음이 좋다고 한다. 아내는 토요일에도 온갖 행사로 교회에 간다. 사실, 누구에 대한 순종이고 봉사인지 애매모호하다. 한인교회만큼 민주화에 뒤떨어진 곳도 드물다. 목회자에 대한 평가제와 계약제 및 외부 재정 감사제가 없으니 절대 권력을 휘두르다 풍비박산을 나는 곳도 있다.
빌리 그레이엄 전도협회의 한국어 강사로 네 지역의 전도대회를 치렀었다. 영어권 외에서는 내가 유일한 비목회자였다. 당시 자원봉사자들에게 배우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차라리 가정에서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했었다.
가정은 최소단위의 교회다. 가정을 지키지 않고 교회를 지키겠다는 생각은 망상이다. 요즘 한인교회의 단기선교 참가문제로 인해 아내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 목사의 말은 들어도 남편의 말은 우이독경이 된 것이다.
폴 손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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