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컴퓨터 사이언스, 회계학 등 취업에 유리한 전공을 한 학생은 졸업 후 즉시 효과를 보겠지만 소프트 스킬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그 유효기간이 짧다고 교육통계청이 최근 발표했다. 예를 들면, 역사 전공자의 초봉은 컴퓨터 관련 전공자 초봉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직장생활 10년 후에는 그 소득 차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피플 스킬, 혹은 사회성으로 불리는 소프트 스킬은 의사소통 능력ㆍ리더십ㆍ팀워크ㆍ대인관계 등으로 표현된다. 그런 비인지적 기술이 부족하다면 학벌이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고, 탁월한 업무 능력에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만 하는 헛 똑똑이로 남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도나도 눈앞에 보이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잔재주로 무장하고 취업을 위한 전문 기술자가 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포춘 500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연구 조사한 카네기재단 자료에 따르면 취업전선에 나선 대학 졸업자가 지닌 전문지식은 인터뷰에 이르게 하지만 소프트 스킬은 “내일부터 출근하도록”을 받아낸다.

소프트 스킬은 개인의 5가지 기본적 성격, 즉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호기심과 상상력을 발휘하는 경험을 수용하는 열린 마음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밀고 가는 성실성 ▲성공의 80%는 일단 참여하는 것에 있다는 말을 굳게 믿고 어떤 일이든 시작하면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외향성 ▲팀원과 협력, 조화를 추구하는 친화성 ▲불안ㆍ분노ㆍ우울 등 불쾌한 정서를 다스릴 수 있는 자기수양을 바탕으로 한다.

물론 유전적으로 타고난 기본적 성격은 고쳐지지 않는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환경의 영향에 따라 성격의 방향타와 표현의 높낮이가 변화한다. 만일 외향성이 뛰어난 유전인자를 지닌 사람이 조선시대에 여성으로 태어났다면 그녀의 외향성이 억압적인 가정, 사회환경에 눌려 제대로 발굴될 수 있을까. 반대로 자신은 내성적이지만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친구들과 늘 상 어울린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50년간 미국의 대학들은 전문지식, 즉 하드 스킬을 가르치는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산업시대를 지나 웬만한 것을 컴퓨터 혹은 아웃소싱을 통해 처리하는 평평한 세상, 수평조직으로 된 현실에서는 새로운 스킬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 전문 지식과 기술이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글로벌 업무 환경은 ▲원활한 대인 관계 ▲명쾌한 의사소통 ▲리더십 ▲팀워크 같은 소프트 스킬을 지닌 인재를 찾고 있다. 극심한 불황일수록 그런 인재는 더더욱 필요하다.

2012년도 대학졸업자 두 명중 한 명은 직장이 없다. 경제 불황 속에도 누구는 뽑고 누구는 탈락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밀레니엄 브랜딩이라는 연구단체에서 주요기업 225군데에 물었다. 궁극적으로 대학 이름도, 학점도, 스펙도, 전공도 당락에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었다. 설문에 응한 기업의 98%가 지원자의 커뮤니케이션 스킬, 97%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 92%가 팀워크 스킬의 수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대답했다.

“장기적 안목으로 보면 커리어 성공의 75%는 소프트 스킬에 달렸고 25%는 전문지식에 달렸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먼저 이해하고 준비하는 학생은 10년을 내다보는 눈을 가졌다. 직장에서 요구하는 전문 지식과 기술은 누구나 가르치고 배울 수 있지만, 소프트 스킬은 강의실에서 교과서를 통해 가르치거나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현장에서 각자가 습득할 일이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대니얼 홍/ 교육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