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충현교회 김창인 원로목사가 뒤늦게나마 담임목사직 세습을 ‘일생일대의 실수’였다며 공개적으로 회개했다. 눈물을 흘리며 회개문을 읽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인간적으로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김창인 목사가 누구인가. 한국전쟁 이후 충현교회를 개척하여 세계 굴지의 규모로 성장시켰다. 한국의 보수교회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고, 젊은 목회자들의 영웅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그 교회 장로였다.
하지만 그가 은퇴 이후에 저지른 무리수들은 한국교회사에 큰 오점이 되었다. 후임 목사 두 사람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몰아내고 드디어 세습목회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12년 전에 있었던 아들 목사의 피습사건을 두고 부자지간에 벌였던 싸움은 차마 눈뜨고 못 볼 정도의 치욕이었다.
“아버지가 20억을 들여서 일본 칼잡이를 고용해 아들을 죽이려 했다.” 대물림을 받은 아들 목사가 그렇게 수년 동안 설교해 왔다고 한다. 이어서 별별 해괴한 소문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고 교세는 전성기의 30% 이하로 떨어졌다. 이 지경에 이르자 90대 중반의 나이가 된 그가 공개적으로 회개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아들 목사에게 경고했다.
박해를 많이 받던 한국교회 초기에는 세습목회 사례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1950년대 이후 교회 수가 초고속으로 늘고 이어 재벌교회들이 나타나면서 대물림 악습이 자행되기 시작했다. 대부분 ‘황제 스타일 지도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감독 출신이 유난스레 대물림 목회를 많이 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고, 슐러 목사의 수정교회도 이에 속한다.
“세습목회가 왜 잘못이냐? 예수님도 동생과 조카들이 예루살렘 교회를 비롯한 초대교회 사도직과 장로직을 맡지 않았더냐? 미국에서도 빌리 그래함 목사 등 허다한 이들을 보라”는 논리를 펴며 세습목회를 강행했다. 아들을 후임으로 세우지 않으면 그 옆에다 교회를 개척하겠다며 신자들을 막무가내로 압박한 경우도 있단다.
“이단교회와 정통교회를 식별하는 방법이 여럿이지만 그 중 하나로 교주들은 대부분 교회와 그 재산을 아들딸에게 대물림한다”고 외치고 다녀도 재벌교회의 대물림을 막을 수가 없었다. 담임목사직 세습뿐 아니라 재산을 빼돌려 세습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토론토 근처의 어느 백인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규모가 아주 큰 교회였는데 담임목사는 교회관리집사보다 훨씬 값이 싼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
“저는 대물림 담임목사입니다. 선교사로 나갈 소명을 받고 철저히 준비해 왔는데 이 교회 담임목사직을 억지로 맡게 되었어요. 아버님이 은퇴하시면서 아들목사 청빙을 강력히 반대하셨어요. 그런데도 교회는 막무가내로 그것도 거의 만장일치로 저를 청빙했어요.”
그런 간증을 들으며 세습목회 자체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아버지의 영향력 없이 민주적 공정절차를 따라 선임한다면 대물림 목회 자체를 악행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성경적 원리를 버리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동물적 원리를 채택한 데 있다.
한국 대형교회 세습목회의 첫 테이프를 끊었던 원로목사가 진정성 있는 회개를 했다니 이것이 무리한 대물림 목회를 뿌리 채 뽑아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교회의 요직을 가족과 친인척으로 채우는 족벌주의도 싹을 잘라야 한다. 아버지의 회개가 아들 회개로, 그리고 온 교회의 회개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이정근 /목사·미주성결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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