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만 원 할아버지’. 평소에 호화골프를 즐기면서도 “전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고 내숭을 떠는 노인에게 서울의 어느 초등학생이 붙여준 별칭이다. 그런데 이 가난뱅이(?) 할아버지가 최근 손녀의 결혼식을 특급호텔에서 성대하게 치렀는가 하면 12.12 군사반란과 5월 광주학살을 주도해 내란 수괴죄로 사형 선고를 받아 이등병으로 강등됐으면서도 대한민국 건군 이래 최초로 이등병이 육사 생도들의 사열을 받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정말 대단한 할아버지다.
또 일찍이 그가 만든 군 내 사조직으로 32년 전 ‘서울의 봄’을 탱크로 유린하고 국권을 찬탈한 하나회 출신이자 박근혜 의원의 멘토로 알려진 인물이 국가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됐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남은 여생 조용히 속죄의 삶을 살아도 모자랄 ‘역사의 죄인들’이 다시 등장해 설쳐대는 참담한 현실 앞에 지각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다.
총칼로 자유민주주의를 피로 물들인 5공 세력의 화려한 부활은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이들과 불가분의 관계인 박 의원이 당권과 국회를 장악하면서 이미 예고된 현상으로, 만에 하나 그녀가 집권하는 경우 이명박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 위축 등 가뜩이나 만신창이가 된 자유민주주의가 어쩌면 지금보다 더 혹독한 도전과 시련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총선 때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던 박 의원은 통합진보당 사태가 발생하자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기는커녕 자신과 사상이 다른 의원의 국가관을 검증하자며 케케묵은 색깔론을 다시 들고 나와 마녀사냥 식 종북몰이에 앞장섰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헌법이 보장하는 나라에서 단지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의 국가관을 문제 삼는 박 의원의 국가관이 정녕 뭔지 모르지만 아무튼 작금의 종북 논란을 통해 소위 그녀가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박 의원은 5.16 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 부르면서도 10월 유신은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며 침묵한다.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 될 일을 구태여 역사의 평가를 기다려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또 그녀는 아버지가 저지른 과오에 대해서도 단 한 번도 진솔하게 사과한 적이 없다.
나는 박정희 대통령이 보릿고개로 상징되던 가난을 극복한 업적을 높이 평가하지만 그가 독재정치를 해서 경제 발전이 가능했다는 보수세력의 근거 없는 주장엔 동의하지 않는다. 독재정권의 철권통치에 맞서 자유와 정의를 위해 치른 대가가 너무나 크고 혹독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요즘 자신들 만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유일한 세력인 양 국민을 기만하면서 마치 한 줌도 안 되는 종북세력이 당장이라도 나라를 말아먹을 것처럼 법석을 떨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적’으로 부단히 경계해야 할 세력은 애국가를 부정하는 반국가적 종북세력은 물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총칼로 훼손하고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짓밟은 군사 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이라고 치켜세우고, 악명 높은 유신독재와 5공화국을 미화하는 후안무치한 ‘29만 원 할아버지’와 박근혜 같은 수구세력이 아닐까?
<김중산/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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