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8일은 김일성 사망 18주년 되는 날이었다. 김일성은 6.25 남침을 일으켜 온 강토를 피로 물들인 장본인이고 ‘쇄국’정책으로 나라의 문을 걸어 잠근 채 49년 동안 북한을 통치한 1대 독재자였다.
여기에 더해 김일성은 사회주의 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아들 김정일에게 권력을 넘겨주었다. 전 노동당 비서였던 황장엽 씨는 자서전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에서 “김일성은 현대적인 정치감각이 부족하고 봉건사상이 농후하여 나라를 자기 아들에게 넘겨준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증언하였다.
김일성은 다른 사회주의 나라들이 개혁ㆍ개방을 할 때 1인 독재와 권력세습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김정일은 삼촌인 김영주 당시 당 조직지도부장을 제치고 자신을 후계자로 만들어 준 김일성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온 나라를 김일성 우상화 마당으로 만들었다. 주체사상탑, 개선문, 만경대, 김일성 광장, 김일성 경기장, 김일성 동상 등이 전국적으로 건설되었다.
2대 독재자인 김정일은 평양의 중심부에는 자신의 집무실을, 전국 방방곡곡 명소들에는 자신의 특각들을 초호화판으로 지어 놓고 그 안에서 매주 사냥과 승마, ‘기쁨조’ 파티를 즐겼다. 인민들이 굶어 죽건, 탈북자들이 압록강을 넘다 사살되건, 정치범 수용소와 교화소에서 사람들이 맞아 죽건 김정일에겐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김정일의 관심 목록에 올라가 있었던 것은 ‘선군’, 핵, 미사일, 여자, 코냑, 파티뿐이었다. 2008년 8월 뇌출혈로 쓰러졌다 다시 깨어난 후 김정일이 한 첫 번째 일도 인민들의 의식주 걱정이 아니라 이제 겨우 25세난 막내아들 김정은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3대 세습이었다.
김정일은 앳된 후계자 김정은을 정치에 성공적으로 ‘데뷔’시키기 위해 묘수를 짜냈다. 바로 김정은을 일부 주민들의 신뢰를 누리고 있는 김일성의 ‘아바타’로 만드는 것이었다. 2010년 공식석상에 처음으로 공개된 김정은을 보며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살집이며 얼굴모습이며 머리 모양이 30대의 김일성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었다. 북한 인민들은 김정은을 보면서 김일성을 생각했고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김정일 사망 후 김정은의 행동을 보면서 인민들의 희망은 무참히 짓밟혀졌다. 3대 독재자 김정은이 김정일의 가장 큰 ‘유산’은 핵과 미사일로, 자신의 노선을 김정일의 ‘선군사상’으로 선포하였기 때문이다. 겉모양은 할아버지를, 속 내용은 아버지를 닮아 북한을 통치하는 것이 김정은의 생각이었다.
지금 북한은 수십 년만의 가뭄을 겪고 있다. 1994년 김일성이 죽고 그 다음해 가뭄과 폭우피해를 입어 ‘고난의 행군’을 한 북한사람들은 지난해 김정일이 죽고 올해 유례없는 가뭄이 오자 “우리는 저주를 받은 나라인 것 같다. 제2의 고난의 행군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라는 절망의 소리들을 쏟아 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 우리나라는 ‘쇄국’을 고집하다가 나라를 빼앗겼던 아픈 기억이 있다. 광복 이후에는 나라가 분단되었다. 그런데 갈라진 남북한에는 두 가지 판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개방과 자유를 택한 대한민국, 아프리카보다 더 가난하였던 대한민국은 60년 동안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자유를 이루어 내면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정치적 자유가 넘치는 나라로 변했다.
반면 이미 60년 전에 공업적 토대가 있었지만 ‘쇄국’과 3대 세습을 택한 북한은 지금 아프리카와 동남아 나라들에 식량을 구걸하는 가난한 나라로 변모했다.
북한이 가야 할 길은 명백하다. 당장 자유민주주의를 택하기 어렵다면 중국식 개혁ㆍ개방을 하면 될 것이고 ‘선군’이 아니라 ‘선민’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고영환/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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