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었는데도 내 의식은 소주처럼 맑았다. 아무리 잠을 청하려 해도 온 몸이 뻣뻣하기만 하고, 머리 속에는 한 장면만 계속 되풀이되고 있었다.
내가 좌회전을 했고, 정류장에 있던 덩치 큰 버스가 사각지대에 들어선 우리 차를 보지 못한 채 출발을 했다. 갑작스럽게 움직인 버스를 피하려 애썼지만, 결국 쾅 소리와 함께 버스가 우리 차의 오른쪽 뒷문을 박았다.
아무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그 부딪침의 충격은 내 몸 구석구석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마침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참이었기에, 머뭇거릴 여유도 없이 곧바로 일을 시작해야 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 내리며 일을 하고, 밤 열 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그 순간에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는지, 함께 타고 있던 올케와 조카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안 그래도 곧 등록금을 내야 하는데 이런 일까지 발생해서 혹시라도 재정적인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 한동안은 운전할 때 많이 긴장할 텐데 괜찮을지...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남편이 있었으면 마음을 나누고 풀어내련만, 개인 피정의 시간을 갖느라 일주일째 집을 떠나 있고 연락도 잘 안 되는 상황이었다. 마음이 무겁고 외로웠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열어보니, 남편이 일주일 만에 이메일을 보내왔다.
“여보, 참으로 미안한 것뿐이오. 오늘은 이 말만 떠오릅니다. 당신, 나를 만나 고생만 했으니 말이오. 당신 안에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미소가 있는데, 몇 번이나 그런 미소를 짓게 해주었는지...그 동안 내가 참 많이 무디었소. 내 일들에 치여 당신의 아픔과 힘듦을 보지 못했소. 아니 볼 능력이 없었소. 미안하오.”
콧날이 시큰해지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제 하루의 고단한 삶의 무게가 스르르 녹아 내렸다. 남편의 편지는“우리 평생 서로에게 힘이 되며 서로를 깊이 사랑하며 오래오래 사는 거요. 내 진 빚이 많으니, 갚을 날 또한 많으니 말이오. 참으로 미안하고 고맙소!”라고 끝을 맺었다. 버클리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오늘도 계속될 것 같다. 그의 사랑 고백에 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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