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이민오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한국 커피 애호가(?)협회라는 모임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 모임은 커피를 좋아하는 나머지 커피의 원산지 연구 및 커피를 볶는 제조 과정까지 실습하며 연구하는 ‘커피장이’들의 모임이었다.
커피의 좋은 향기를 즐기기 위해 많은 토론과 정보교환도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의 취미생활을 위해 꽤나 성실한 노력을 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후로 여차여차한 과정을 통하여 나도 그분들과 대충 어울리며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한번은 커피협회 회장님 댁에서 모임을 갖게 되었는데 사람들은 어떤 종류의 커피를 회장님 댁에서 맛볼 수 있을까 하고 나름대로 큰 기대를 하게 되었다. 모인 사람들은 회장님께서 어떻게 커피를 끓이실까 또는 어느 원산지 커피를 사용하실까 하는 호기심에 조금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주전자에 물을 펄펄 끓이시던 회장님은 가루커피 통을 꺼내어 놓고 회원들 커피잔에 조금씩 덜어내기 시작하셨다. 에스프레소도 라테도 아닌 인스턴트 가루 커피를 서빙하는 그분을 보고 사람들은 뜨악한 표정을 자아냈다.
큰 실망을 넘어 궁금증을 가지게 된 임원들은“어떻게 커피협회 회장님이 고메 원두 알 커피가 아닌 가루커피를 타서 마실 수 있지?”라는 황당한 표정을 짓기까지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이 커피협회 회장님은 본인 커피에 설탕과 우유까지 부어 넣는 것이 아닌가! “아, 이건 아니어도 보통 아닌 것이 아닌데… 커피 협회 회장님이라는 분이 가루커피는 물론이고 우유에다 설탕까지 타서 먹는다 하니 진정한 커피 애호가는 아닐지도 모르겠다"라고 다들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표정을 읽은 그분께서는 평범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커피가 좋은 것은 어떻게 마셔도 맛이 좋지. 설탕을 넣거나 우유를 부어도 커피의 좋은 향은 사라지지 않아.”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그 회장님이 조금은 괴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말 속에 진리가 담겨 있었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삶의 모습도 좋은 커피처럼 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주위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하는 일에 신념을 갖고 있으면 우리의 삶은 향기로운 커피처럼 더욱 풍성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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