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제18대 한국 대통령선거로 재외 국민선거의 본격적인 서막이 오르게 된다. 재외국민 유권자의 표심이 대선 판도를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의 구애도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수도 서울은 고충빌딩의 숲을 이룬 최첨단의 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정치풍경은 1960~1970년의 낙후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혈통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는 친인척 비리로 얼룩지고 있기 때문이다.
1982년에 나온 영화 ‘가장 위험한 해’(The year of Living Dangerously)는 1965년 호주의 젊은 해외 특파원이 첫해의 근무지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특종을 잡으려고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작품성보다는 시대배경이 나의 관심을 끈다.
영화는 1970년대 한국에서 유신헌법 과 군사정권의 장기집권으로 학생 민주화 운동으로 시위를 진압하려는 경찰이 쏘아대는 최루탄연기가 자욱했던 서울거리를 떠올리게 한다. 네덜란드에서 독립한 인도네시아는 빈곤과 이념갈등, 시민항쟁으로 군사독재 정권과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흘렀다.
인도네시아는 유혈 시민항쟁으로 민주화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먹었을까 2001년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메가와티라는 이름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바로 그녀는 네덜란드로부터 인도네시아의 독립을 쟁취한 건국의 아버지인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의 맏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21년간(1945-1967)장기 집권한 후 군사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메가와티는 자신이 성장기를 보낸 대통령 궁으로 재입성하게 된 것이다. 화려한 부활이었다.
대통령궁에서 공주처럼 자란 그녀가 민주화의 여전사로 변신한 동기는 이렇다. 그녀는 아버지가 쿠데타로 실각된 후 불꽃 튀기는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다. 국민들의 머릿속에 우상의 이미지로 각인된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그녀는 확고한 정치기반을 다진다. 그리고 2001년 현직대통령이 부패정권으로 탄핵을 받게 되자 부통령이었던 그녀는 대통령직에 취임하여 2004년까지 임기를 마친다.
그러나 그녀는 기득권세력에 휘둘리면서 그녀에게 열광하며 아버지의 업적의 부활을 꿈꾸었던 국민들의 환상을 깨뜨렸다. 절대적인 통치권자로 카리스마가 넘치던 아버지의 벽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인도에서도 대를 이은 권력상속이 수십 년간 이어지고 있다. 인도의 국부인 네루는 초대총리를 역임했다. 그 후 그의 무남독녀 인디라 간디는 1966년에서 1984년 암살될 때까지 총리를 역임했다. 어머니 간디가 살해되자 아들인 라지브 간디가 총리가 되었고 역시 1991년 암살당한다. 암살당한 라지브 총리의 아내는 현재 집권당의 당수직을 맡고 있다. 총격 암살이라는 피로 물든 비극의 네루 가문은 인도의 케네디 왕조라고도 불린다.
식민지에서 탈피해 우후죽순처럼 탄생한 아시아의 여러 신생국가들은 서둘러 서구의 민주주의를 이식했으나 아시아의 토양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런 취약성은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에서 지금도 진행되는 정치 가문 대물림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민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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