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점심, 저녁으로 보고 듣는 게 ‘강남 스타일’인 요즘이다. 물론 한국 방송신문, 한국 사람들이 아니라, 미국 주류 미디어와 주류 미국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중서부에 살아서 한국 관련 소식을 미디어를 통해 대하는 일이 거의 없던 내겐 그저 신기할 뿐이다.
14일 아침엔 NBC의 투데이 쇼의 플라자에서 수많은 인파 속에 묻혀 ‘강남스타일’을 노래하고 춤추는 싸이의 생방송을 봤다. 지난 7월15일 유튜브에 올린 ‘강남스타일’이 한달만에 2,954만 여의 조회수를 기록하다가 1억을 돌파하더니, 그 방송이 나간 오후엔 1억6,700만을 돌파했다.
77년생의 박재상은 부유한 집 외아들로 태어나 반포에서 성장한 후 1996년 보스턴대 국제경영학과 1년을 다니다가 돌연 보스턴의 버클리 음악전문대학에 입학했다. 2000년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하여 히치콕의 ‘싸이코’에서 딴 ‘싸이’라는 예명으로 가수활동을 시작했다. ‘싸이코 세계에서 온 싸이’라는 첫 음반은 ‘닭 벼슬 춤’과 구어체 가사의 곡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2001년 대마초 흡입 혐의로 활동을 정지당했다.
2002년 월드컵 때 거리에서 한국팀을 응원하다가 우연히 아는 아나운서를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재활한 그는 이제껏 6개의 음반을 냈다. 그의 창의력은, 음반 제목들을 자신의 예명과 출판순서의 숫자를 이용해 말놀음할 정도로 기발하다.
결코 K 팝 대열에 낄 수 없는 35세의 나이, 얼굴, 몸매, 복장에도 불구하고 그가 젊은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이유는 노래가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한국 사회의 가치관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스타일’은 물질주의, 과소비, 사치로 상징되는 라이프스타일을 비꼬는 저항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국 사회의 1%’인 강남 주민을 시기, 분노, 경멸하면서도 그 속에 살고 싶은 젊은이들의 이율배반적 감정을 담아 대중의 감성을 파고들었다.
촌스러운 모습으로 “오빤 강남 스타일!”하면서 ‘강남’의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그의 코믹함은 천재적이다. 촬영 장소 10여 곳 중 진짜 강남에 위치한 곳은 2개에 불과하여, 파라솔 밑에 선글래스를 끼고 멋있게 앉아 있지만 알고 보면 어린이 놀이터이고, 대중목욕탕과 아줌마들 계 여행버스도 등장한다. 하얀 쓰레기들을 뿌리며 물질주의를 표현한 그 비디오의 촬영과정을 보여주는 또 다른 비디오를 보면, 사실 그는 강남스타일을 철저하게 혐오한다.
그러나 현재의 열풍은 전혀 그게 무시된 상태에서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지난 6일 뮤직비디오 시상식에서 사회자 케빈 하트와 ‘강남’에 맞춰 말춤을 추면서 미국에 소개된 그는, 다음날 ABC 의 ‘나이트라인’과 ‘굿모닝’, 엘렌 쇼에도 소개되었으며, 13일 미국 아이튠스 음원 차트(Songs Chart)에선 8위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강남스타일’ 패러디 작품 5개를 꼽았고, `타임 인터넷 판은 `강남스타일`을 매주 유행하는 단어를 선정하는 `수요일의 단어`로 선정하기까지 했다. 이번달 APEC정상회의에서는 각국 인사들이 한국대표들에게 `강남스타일`이 뭐냐고 물었다 한다.
오는 21~22일 라스베거스에서 최고 팝스타들과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페스티벌`에 참석하는 그는 콘서트에서 거의 광기로 보일 정도로 혼신을 다해서 몇 만의 관객을 감동시키는 가수다. 지난달엔 레이디 가가로 여장하여 뾰쪽한 가슴에서 불꽃을 터뜨렸고, 소주로 원샷을 하다가 객석에서 던진 육포도 받았고, 3만의 관객이 합창하게 하는 등 온갖 깜짝쇼를 남겼다. 저스틴 비버의 기획사가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그런 모든 자질들을 충분히 검토한 결과일 것이다.
열풍은 학계에도 불고 있어, 우리 학교에서도 일본 팝문화 클래스를 일본/한국 팝문화로 바꾸는 중이다. 한 가지 안 된 소식은 LA 인근의 수영장 직원 13명이 수영장에서‘강남’패러디를 촬영해 유튜브에 올렸다가 공무시간 외에 수영장을 이용했다 하여 파면 당한 것이다. 소송 중이라는데 곧 복직이 되길.
김보경
대학강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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