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눈이 내려 천지가 온통 하얀색인 곳, 이글루(Igloo) 둥근 얼음집에서 짐승의 털가죽으로 휘감고 온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사는 곳, 이곳은 초등학교 때부터 항상 상상해오고, 가보고 싶었던 북극의 알래스카였다.
이제는 이글루에서 사는 에스키모인들을 더 이상 만나 보기 힘들지만 여전히 그곳은 문명과 동떨어진, 원시적인 상상의 나라로 내게 각인되어 있다.
그곳을 2년 전 고등학교 동창인 하은이와 그 일행에 섞여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는 앵커리지에 짐을 풀고 다른 관광객들과 합류하여 다녔는데 밤에는 백야 현상 때문에 늦은 시각에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말 그대로 백야(白夜)였다.
즉 하얗고 훤한 밤이라서 잠을 설친채로 커텐을 젖혀보며 신기해했다. 꼭 어둠을 제치고 새벽이 몰려오는 여명의 순간처럼 모든 것이 환했다. 처음 경험하는 모든 것에 나는 감격스러웠다.
곤돌라를 타고 산에 오르니 여름인데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겨울의 풍광을 이곳에서 마음껏 느끼며 마치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노는 것 같은 황홀감에 빠졌다. 또한 우리는 관광선을 타고 빙하가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곳에 갔다.
햇빛의 프리즘 작용으로 푸른색을 반사하고 있는 거대한 빙하는 신비스러웠다. 호수 주위의 산에는 크고 작은 폭포가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나무 위에는 흰머리 독수리가 위풍도 당당하게 앉아 세상을 굽어보고 있었다.
빙하 앞에는 떨어져 나온 빙산 조각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는데 배가 되돌아갈 무렵에는 아주 커다란 빙하조각이 웅장한 소리와 함께 천지를 뒤흔들며 떨어져 내렸다. 그 모습은 마치 지구의 이상 기온인 온난화에 항거하듯이 몸부림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인간들은 자연과 친환경적으로 지내기보다는 끝없이 파헤치고 자원을 낭비하면서 문명의 이기적인 발전만 하고 있다.
우리가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더이상 알래스카의 빙하도, 독수리도, 곰도 볼 수 없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지금 바로 이순간부터 새로운 자각이 필요할 때라고 느낀 알래스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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