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브룩클린에서 나흘을 보내고 귀가했는데, 브룩클린 다리 바로 아래에 배를 매어 두고 그 안에서 공연을 하는‘선상 음악회’(Bargemusic)라는 이름을 가진 콘서트 시리즈에서 나의 새 피아노 독주곡‘가까이… 정답게…’(Near and Dear)가 초연되었기 때문이다.
작곡가로서 초연을 들으러 가면 대개 처음 만나는 음악가들과 일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초연을 했던 연주자가 나의 남편이어서 우리는 함께 브룩클린에 다녀왔다.
공연 다음날은 참으로 아름다운 가을날이었고, 햇빛을 쪼이며 걸어다니다가, 우리는 브룩클린 역사 협회(Brooklyn Historical Society)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나는 브룩클린 다리의 오래된 사진 한 장 앞에서 걸음을 멈췄고, 문득 수십 년 전에 내가 맨해튼 음악 학교에 입학시험을 치르러 갔던 날을 기억했다.
이틀 동안 여러 과목들의 시험을 다 치르고 나니까 종이 한 장씩을 나눠 주었는데, 거기 적힌 내용을 읽고 나서 다음날까지 작품을 하나씩 써서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그 종이에는‘100년이 된 브룩클린 다리가 시인, 사진가, 안무가에게 준 감동에 바탕을 두고 작품을 쓰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입학시험을 보기 위해 겨우 나흘 전에 뉴욕에 도착했었고, 브룩클린 다리가 100년이 되었는지, 게다가 그런 다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서둘러 숙소로 돌아갔고, 다음날 아침에는 학교에 다시 가서 교수들 앞에 서서 밤새 써서 정성껏 베꼈던 작품을 내놓았다. 그리고는 장황스럽고 자세히 브룩클린 다리의 구조와 모습이 내 작품에 어떻게 반영이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을 했다.
내가 말하기를 마쳤더니 교수들 중 한 분께서‘뉴욕에는 얼마나 오래 살았지요?’ 물으시길래,‘오늘이 닷새째입니다’라고 대답했다.‘브루클린 다리를 본 적이 있습니까?’‘아뇨…’
그날로부터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후, 나는 바로 그 유명한 브룩클린 다리 밑에서 내 새 작품을 매우 좋게 들었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다리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려던 젊은 여성을 기억하며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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