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서울에서 큰오빠 부부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우리집에 다녀갔다. 비행기를 타고 열 시간도 넘게 걸리는 곳까지 와서는 겨우 사흘 밤을 묵고 갔다.
오빠는 이제 마악 은퇴를 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동생 부부를 방문한 것이니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는 행여 우리가 힘들까 봐 그토록 짧은 방문을 했을 것이다…
그나마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에 남편은 피아노 독주회를 했고, 우리는 음반 제작을 위한 녹음을 했으며, 게다가 나의 작품들로만 이루어진 음악회에 참석했어야 했다.
그래서 우리가 막상 함께 보낸 시간은 매우 적었고 대접을 변변히 해 드리지도 못했으나 그 몇 일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귀중했다.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 내가 이 세상에 왔던 첫날부터 지금까지 나를 알아온 사람이 몇 명이나 된단 말인가?
지난 삼십 년 동안 작곡가로서 나는 아주 많은 연주자들과 일을 해왔다. 이 많은 연주자들 중 예술가로 살아가는 삶의 고달픔을 마지막까지 견뎌내는 사람들은 드물고, 베토벤이나 브람스를 연주할 때처럼 현대 음악을 열심히 준비해 연주하는 이들은 더욱 더 드물다.
결과적으로, 나는 같은 연주자들 몇 명과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게 되는데, 어떤 경우에는 삼십 년 동안 함께 일을 해오기도 했다. 자연히 우리는 서로의 가족들을 알게 되고, 밥도 같이 먹고, 그들의 새로 태어난 아기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렇게 무대 위의 동료는 무대 바깥에서 친구가 되는 것이다. 물론, 함께 무대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관계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공손하게 그리고 천천히 사귀어 갈 적에 이런 멋진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추수감사절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추수감사절 저녁은 우리집에서 먹자고 미국에 살고 있는 친척들을 초대했다.
물론, 너무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은 오기가 어렵다. 조카들, 그리고 조카사위와 아울러 우리가 가족으로 여기는 음악가 친구 한 사람도 초대하며 우리는 참으로 행복했다. 오늘, 나는 우리들의 추수감사절 저녁식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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