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해야 할 일이 자꾸만 생긴다. 이번엔 기필코 그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미치도록 고민하거나 끊임없이 습작했던 기억은 없다. 그런데 늘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은 품고 살았던 것 같다.
물론 머리 속의 생각 보다는 말이 더 논리적이고, 말보다는 글이 더 논리적이라서 그런지 글을 쓰기란 참 쉽지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욱더 확실한 건 우울하거나 기쁘거나, 어쨌든 오래 전부터 나의 감정 변화를 글로 남기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박완서 작가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글을 쓰고 싶기도 하고, 신경숙 작가처럼 감성적인 글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회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때마다 감정 표현에 서툰 나를 발견한다. 자꾸만 안으로 숨게 되고, 뭐가 그렇게 겁이 나는지 가면을 쓰거나 스스로 방어벽을 치게 된다. 말로는 더 이상 나를 표현하는 기회를 일부러 만들지 않아서 그런지 내 속의 수많은 말들을 이제 글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된 것은 아닐까 싶다.
샌프란시스코의 자욱한 안개에 지치고, 마법에 걸린 내 신체 리듬에 지칠 법도 한 날이지만, 오랜만에 온전히 혼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오로지 나를 마주할 수 있는 휴일이라 그런지 한 박자 쉬면서 앞으로 할 일들을 고민해 본다. 안으로 견고한 사람이 되려면 많은 시간을 나를 위해 보내야겠다. 물론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
나의 30대가 손을 뻗어 잡을 수 없는 속도로 휙휙 지나가버린다. 한 살, 또 한 살 먹어 지금의 나를 되돌아봤을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지금은 그저 정신없이 출근하고 퇴근하고, 자고 일어나면 또 반복되는 일상에 내가 묻혀버릴 것만 같지만, ‘여성의 창’을 통해 내 자신을 더 돌아보고 정신이 더욱더 충만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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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생. 영문학(대학)과 교육학(대학원)을 전공한 뒤 창원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하다가 2008년 미국에 유학을 왔다. 가주국제문화대학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다가 현재 세종학당 한국어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오지여행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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