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한국일보 커뮤니티 홀에서 내가 속해 있는 ‘첼리스 보컬 앙상블’과 한국일보 공동주관으로 필진들을 위한 작은 사은 음악회가 열렸다.
내가 필진으로 활동하게 될지 전혀 알지 못했던 시점부터 정성으로 준비해온 연주회. 그리하여 나는 독특하게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나아가야 할 바를 명확히 제시해준 에이브래함 링컨의 그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 구절처럼 ‘필진의, 필진을 위한, 필진에 의한’ 연주회를 하게 되었다.
사실 음악회란 그렇다. 음악회를 여는 목적과 연주자들의 재능 그리고 그 연주를 들을 분들의 취향을 고려해 지휘자가 곡을 선정하고 나면 연주자들은 각자 자신이 맡은 노래 파트를 연습하고 그것을 기본 재료로 삼아 지휘자는 때론 짭짤하게 때론 매콤달콤하게 간을 하고 죽일데는 죽이고 살릴데는 살려서 시장기가 덜어지도록 밥 한 그릇 뚝딱 비울 때까지는 부디 물리지 않을 그런 맛있는 잔칫상을 준비하는 것이다.
세상 사는 일이 다 그렇듯 제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혼자서만 잘해봐야 별 소용이 없다.
적당히 풀이 죽어 서로 어우러지질 않고 한가지 강한 맛만 남으면 입 안에서 금새 물려버리는 것이 단지 음식뿐만이 아닌 것이다. 또한 연주자들이 아무리 수준 높은 곡과 뛰어난 재능으로 연주회를 준비했다고 해도 청중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뽐내기 음악회는 그야말로 ‘화중지병’인 것이다.
아주 조금은 긴장이 될 만한 클래식 곡들과 세미 클래식, 대중가요까지 연주자와 청중이 함께 화합할 수 있는 영양과 맛을 고려한 레파토리로 상차림을 했던 이번 연주회.
필진들을 위한 음악회에 연주자로 섰던 내가 감히 어떠하였다 평가할 수는 없으나 어둠이 내려 앉는 가을 밤 그 곳에서 본 반짝이는 필진들의 미소와 직원들의 따스한 격려 인사가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모두 한가족 한마음이 되어 소통하고 기쁨 누린 음악회였음을 알려주는것 같아 그간의 강행군 연습일정으로 인한 곤함을 씻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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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생. 한국에서 자라고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음악인. 18년 전 도미. 지금은 첼리스 보컬 앙상블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글쓰기를 무척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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