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장 검사를 받기 위해 큰 병원을 찾았다. 전날부터 고역스런 물을 시간 맞춰 마셔가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러나 막상 검사를 받기 위해 침대에 앉으니 마음이 심란했다.
이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듯 미국 간호원은 내 이름을 물어보고 침대 위 모니터를 확인하며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그녀는 나를 검사해줄 의사가 유능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안심시켜 주었다. 나는 물어보지 않았는데 환자의 심리를 헤아려 말해주는 그녀가 무척 고마웠다.
그녀가 나간 후 의사가 동양 간호원과 함께 들어왔다. 의사는 내게 몇가지 질문을 하며 확인했다. 미국 간호원의 말을 들어서인지 믿음이 갔다. 의사와 함께 온 동양 간호원은 한국말로 내게 한국사람이냐고 물어보아서 나는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긴장이 된 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고 그 한국 간호원도 의사가 옆에 있어서인지 검사를 하기 위한 몸의 자세만 내게 말해주고 더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어색한 분위기를 싫어하는 내가 먼저 말을 걸었겠지만 불편한 검사로 인해 긴장돼서 그런지 어색한 만남에 머쓱해지기만 했다.
그후 곧바로 마취에 들어가서 깨어났을 때는 나 혼자였다. 인사도 제대로 못한 한국 간호원이 있나 찾아 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한국사람이냐고 물어보기만 한 그녀가 서운해지기 시작한 거였다.
내가 물어보지 않았는데 걱정하지 말라고 말을 걸어준 미국 간호원과 비교가 되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그날 한국 간호원이 나에게 특별하게 잘못한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내가 서운했던 것은 그가 미국 간호원처럼 따뜻하게 말을 걸어오기를 기대했다는 데 있었다.
내 기대에 그녀가 미치지 못해 실망과 서운함이 온 거였다. 잘못은 내가 기대를 했다는데 있는데 실망은 딴 데다가 한 거였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이처럼 누군가에게 기대를 했다가 기대만큼 돌아오지 않아서 서운해하고 원망한 일이 많았던 것 같다. 그 반면 다른 사람도 나에게 기대를 했다가 실망하고 서운해 한 일도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은 나에게 어떤 일에 서운한 감정이나 원망스런 마음이 들 때 내 밑바닥에 기대가 있었나를 확인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일이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