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노턴 사이먼 뮤지엄(Norton Simon Museum of Art)에 가면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한 점(Self-Portrait, 1889)을 볼 수 있다.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에서 대여해온 귀한 작품으로, 고흐가 죽기 얼마 전에 그린 마지막에서 두번째 자화상이다. 전시 기간은 12월7일부터 내년 3월4일까지.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서 대여한
사망 직전 그린 35번째 자화상
‘닥터 가셰’에칭 판화·친필편지도
드가 등 인상주의 콜렉션 세계 수준
고흐는 생전에 36점의 자화상을 남겼는데 팔레트와 붓을 들고 있는, 화가로서의 자신을 표현한 것은 3점밖에 없으며 이 그림이 그중 하나다. 푸른색과 물결치는 터치가 강렬한 이 자화상에서 고흐는 약간 인상 쓴 얼굴이다. 뭔가 갈망하는 듯 하면서도 편치 않아 보이는 눈매의 무심한 응시, 음영이 깃든 마른 얼굴과 붉은 색 수염은 그의 마지막 열정과 불안과 고뇌를 보여주는 듯하다.
고흐는 죽기 1년 전 가장 힘들고 절망하고 고통스럽던 시기에 무려 140점의 걸작을 남겼는데 이 자화상도 그때 그린 것이다.
바로 6개월 전 한쪽 귀를 절단한 사건이 있었고, 그 일로 신경쇠약에 빠진 그는 자진해서 남프랑스의 생 레미 정신병원으로 요양을 떠났으며, 그곳에서 이 자화상을 그린 지 1년도 안 돼 37세의 나이로 스스로 총을 쏴 숨졌다.
노턴 사이먼은 고흐 자화상과 함께 뮤지엄이 소장한 고흐 콜렉션 2점을 보여주고 있다. ‘닥터 가셰’ 에칭 판화와 고흐가 친구에게 쓴 친필편지(1890)다. 닥터 가셰는 여러 화가 친구를 가졌던 아마추어 화가이며 의사로, 고흐가 죽기 전 2개월 동안 보살펴주었고 그의 임종을 지켜본 몇 중요한 인물이다. 고흐가 유화로 그린 ‘닥터 가셰’ 초상화는 1990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세계 최고기록인 8,250만달러에 팔려 화제가 됐었다.
이번 전시는 노턴 사이먼과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가 6년째 실시하고 있는 교환 프로그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2007년 노턴 사이먼이 워싱턴에 램브란트의 ‘소년의 초상’을 보냈고, 다음해 워싱턴은 답례로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의 ‘편지 쓰는 여인’과 라파엘의 ‘쿠퍼의 성모’(Small Cowper Madonna)를 빌려주었으며, 노턴 사이먼은 지난 해 르노아르의 ‘퐁데자르, 파리’를 워싱턴으로 보낸 바 있다.
한편 남가주 미술관 중 고흐의 작품을 소장한 곳은 게티 뮤지엄이 유명한 ‘아이리스’를 갖고 있고, LA카운티 미술관은 ‘랑글루아 다리’(The Bridge at Langlois)와 ‘우체부 조셉 룰랭’을 소장하고 있으며, 해머 뮤지엄은 ‘생 레미 병원’ 등 3점을 보유하고 있다. 노턴 사이먼은 ‘뽕나무’(Mulberry Tree)와 ‘어머니의 초상’, ‘농부의 초상’(현재 맨해튼 프릭 컬렉션에 대여중) 등 7점의 고흐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사디나에 위치한 노튼 사이먼 뮤지엄은 연못과 정원이 아름다운 아담한 규모의 미술관으로 1만1,000여점의 소장품은 세계 수준을 자랑한다. 르네상스 이후의 유럽 미술, 특히 누구나 좋아하는 인상주의 그림이 많아서 미술애호가들의 인기를 끌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드가(Edgar Degas)의 콜렉션은 유화, 파스텔화, 드로잉, 판화, 조각 등을 망라하며 세계에서 단일 소장처로는 두 번째로 많은 1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첫째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노턴 사이먼은 또한 동남아 지역의 미술품 콜렉션이 다양하고 우수하기로 유명한데 아쉽게도 한국의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노턴 사이먼 뮤지엄 개관시간은 매일 정오부터 오후 6시(수요일 오후 9시)까지. 매주 화요일 휴관.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 휴관. 입장료 성인 10달러. 18세 이하 무료.
이번 겨울방학에는 온가족이 꼭 한번 다녀오시기를.
주소 411 W. Colorado Blvd. Pasadena, CA 91105
(626)449-6840 www.nortonsimon.org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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