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이 너무 작거나 너무 큰 소리는 아예 듣지 못하도록 창조된 인간의 ‘소리듣기 한계’에 감사하는 밤이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20Hz~20kHz 정도가 보통사람의 가청 주파수라고 한다.
우리 심장은 1분동안 4리터의 피를 펌프질을 해대 하루동안 양동이로 720통을 내뿜고 위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지구는 1시간에 6,000킬로미터를 우레와 같은 소릴내며 자전한다는데 시간당 700킬로미터로 비행하는 비행기의 굉음만 상상해봐도 만약 우리가 그 소리들을 모두 들을 수 있다면 몇분 지나지 않아 귀머거리가 되었을 일이다.
고요한 밤이 되면 낮엔 쉬이 들을 수 없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잠든 아이들의 숨소리, 정원 쪽에서 나는 이름모를 풀벌레소리, 바람에 나뭇잎 부대끼는 소리... 아직 잠들지 않은 옆집 강아지 낑낑대는 소리까지 하나같이 ‘생명있는 것’들의 소리다.
화려한 낮시간 떠들썩했던 식기세척기 돌아가는 소리며 세탁기 소리, 그라지문 소리, 티비 소리, 컴퓨터 자판 소리, 전화벨 소리 또 비행기 소리처럼 생명없는 것들에 파묻혔던 생명있는 것들의 소리.
생각해보면 생명없는 것들은 모두 ‘생명을 위해’ 존재하고 생명들이 안식하는 밤이 되면 도구들은 멈춰서고 생명있는 것들만 살아 남아서 아름다운 노래를 한다. 때론 영국 미소년들의 환상적인 단선율연주처럼, 때론 신비한 화성의 무반주 합창처럼.
음악 연주를 생각해보니 소리의 신비함은 또 있다. 악기소리는 서로 가까이 부딪히는 음을 동시에 연주할 땐 몹시 귀에 거슬리는 반면 사람의 소리는 한음 간격으로 여러 소리가 동시에 부딪혀도 소음처럼 들리지 않고 신비롭고 아름답게 들린다.
자연으로 지음 받은 것들은 어쩌면 같은 몸위에 또 다른 몸이 붙어 사는 기생이든 공생이든 그렇게 서로가 가까이 부딪혀도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닐까.
조종할 능력들은 또 다른 하루를 위하여 쉼을 찾고 조종받는 것들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여 아무런 소리가 없는 이 밤. 집집마다 불 밝힌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며 하늘로서 내리는 사랑의 빛, 생명의 빛의 소리를 듣고 싶어 커튼을 젖히고 얼음처럼 차가운 창에 귀를 대었다.
파워 넘치는 사랑의 빛이 온 세상 가득 내려 덮어 그 빛 닿는 곳마다 크고 작은 뿌리가 자라나 소중한 생명들이 잉태되는 은혜를 소망하며.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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