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내디뎠을 때 ‘얼른 서른이 됐으면...’ 하고 바라던 시절이 있었다. 서른이면 직장에서 어느 정도 안정된 위치에 있을 것 같고, 이사람일까 저사람일까 하는 배우자에 대한 고민을 끝내고 가정도 이뤘을 것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서른이 내게 주는 느낌은 일정한 고도에 오른 후의 안정감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서른이 되었을 때는 ‘안정’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게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적응하랴, 새로운 공부하랴 바빴고, 언제 한국으로 들어갈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서른을 훌쩍 넘기고 아이들도 손이 덜 갈만큼 자라고 나니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나이가 되었다. 우리가 지내는 지구가 덜 오염될 수 있도록 환경 문제에 신경 쓰게 되고, 내 나라가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극우 일본기업이나 사회 돌아가는 모습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더불어 사는 사회의 다른 이들도 생각하면서 작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나잇값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고집이 세지거나, 가진 것이 많아져서 자신의 이익이 판단의 기준이 되거나, 좁은 시야로 잣대를 대는 기성세대들이 있는 걸 보면 나이와 성숙도가 항상 비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떤 모습이고 싶은지 생각해본다.
폭넓은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로움을 가진 사람, 마음이 따뜻해서 나누기를 즐겨하는 사람, 의식이 깨어 있고 그것을 생활 속에 실천하는 사람, 얼굴에서 풍겨나오는 인품이 있는 사람 등이 내가 바라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한해 한해 더해지는 나이만큼 그에 걸맞는 가치를 발하는, 나잇값하는 사람이다.
얼굴에 주름은 더해지고, 머릿결의 윤기도 없어져가지만 그런 것들로 서글프지만은 않은 이유는 나의 내면은 푸르게 젊던 그때보다 더 깊을 수 있고, 사그라드는 꽃뒤의 열매처럼 소중하게 커가는 아이들과 나를 항해 환히 웃어주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올 한해도 더해진 숫자만큼 더 쓰임받는, 가치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새해를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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