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처음으로 AMASE(Academy of Music and Art for Special Education) 썸머 캠프를 했을 때의 일이다. 캠프 프로그램으로 기존의 음악, 미술 프로그램 외에 뭐를 하면 좋을까 하다가 태권도와 함께 자폐학생들에게 연극이 좋으니 간단한 극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사실 그 의견을 냈던 선생님은 아주 간단한 극을 얘기했던 것인데,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들이 ‘라이언 킹’ 연극을 하자고 하면서 음악선생님은 바로 ‘라이언 킹’ 연주곡 작업에 착수하고 일이 삽시간에 커졌다. 이메일로 ‘라이언 킹’의 기나긴 대본들이 오는데 과연 이걸 어떻게 하려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앞섰다.
캠프 일주일간 매일 학생들과 무대 배경과 가면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도 계속 일을 너무 크게 벌리지 말고, 간단하게 했으면 좋았을걸 싶은 마음과 더불어 의사소통도 길게 하지 않는 아이들이 이 긴 대사를 어떻게 소화해낼른지 걱정이 되었다.
무대에 학생들을 세워놓고 ‘큰일이다’ 싶던 하루, 이틀을 지나 일주일간의 캠프가 끝나고 드디어 무대에서 발표를 하는 날이 되었는데 나는 무대에 선 아이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물어봐도 대답도 잘 하지 않고, 시선도 잘 맞추지 않던 학생들이 자기 차례가 되면 무대에 나와서 긴 대사를 정확하게 얘기하면서 맡은 역을 너무나 훌륭하게 했기 때문이다. 절대로 일주일 안에 해낼 수 없을 것 같던 일을 해낸 AMASE 학생들의 모습에 감격스러웠고, 걱정부터 먼저 하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됐다.
장애학생들의 수준을 정확하게 알고 그에 맞는 수업을 준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우리가 먼저 선을 긋고 아이들을 그 테두리 안에 있도록 하는 것은 다르다. ‘얜 이건 못해’ 하는 생각으로 장애우들에게 어려운 것은 도전해 볼 기회조차 주지 않고 넘기는 일은 없었는지 돌아보면서, 장애우들에게 무한한 능력과 가능성이 있음을 믿고 그들이 그 능력을 펴나갈 기회를 주는 게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가슴으로 깨닫게 됐다. 이번 봄학기에는 AMASE 학생들이 어떤 능력으로 나를 놀라게 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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