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어른이 되어 비행기를 타고 긴 여행을 하게 된다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늘 그렇듯이 예고없이 멋진 사람을 만나 포도주 한잔씩을 함께 기울이며 뜻밖의 친구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곤 했습니다.
이렇게나 자주, 매 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긴 비행을 하게 될 줄은 모르고 우연히 인연을 만나게 될 마법 같은 여행을 꿈꾸었나 봅니다. 현실은 드라마가 아닌지라 여주인공의 비행기 안에서의 인연과의 조우 같은 일들은 일어나지 않지만, 좋은 영화와 좋은 인연을 맺게 되곤 합니다. 열 시간의 비행 중에 지루함에 지쳐 아무런 기대 없이 틀었던 영화 "더 스토리 (The Words, 2012)" 또한 그런 영화 중 하나였습니다.
우연히 산 골동품 가방 안에서 발견된 오래된 소설 원고로 큰 상을 받고 인생의 성공가도를 달리던 주인공에게 소설의 원작자가 찾아오며 시작되는 이 영화는 원작자와 주인공의 팽팽한 대결구도보다 두 인물의 내적 갈등에 집중합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돈으로라도 보상을 하려고 하는 주인공 로리와 그의 호의를 사양하며 대신 자신의 스토리를 차용하여 썼으니 원작을 쓸 때의 자신의 가슴 아픈 과거의 상흔들까지 함께 안고 가주길 원하는 원작자. 로리에게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 평가를 내리기 이전에 영화는 원작자의 후회에 집중하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일생일대의 역작을 실수로 기차에 두고 내린 아내를 원망하여 사이를 그르치게 된 원작자의 후회 섞인 고백과 함께 소중한 노력의 결과물과 진정한 사랑 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인지 물음을 던집니다.
특히 현실의 삶을 위협할 만큼 자신의 창작물에 집착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글, 그리고 단어의 무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어떤 이에게는 가볍게 뱉어진 말과 글이 어떤 이에게는 자신의 삶까지도 지배할 수 있는 큰 힘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줍니다.
그것은 아마도 그 글이 한 사람의 삶을 대변할 수 있는 창작물이기 때문이겠죠. 다른 이의 말과 글을 대할 때에도 그것들이 지닌 삶의 무게를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작은 교훈이 마음속에 무겁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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