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에 있는 대학 후배한테서 연락이 왔다. 중학교에서 교직 생활 일년 차인 그녀의 고민은 체벌도 벌점도 주지 않는 그녀의 수업시간은 카오스 그 자체라는 것이다. 특히 문제행동을 일삼는 한 남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은 교사에게는 반항하고 학급 내에서는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머리가 아프다는 것이다. 나도 새내기 교사일 때 아이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마음을 어떻게 만들어 줄 수 있을지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후배와 이런저런 학생들과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다가 문득 “이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라는 책이 떠올랐다.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나서 접하긴 했지만, 지금까지의 교육서 중 어떤 것보다 많이 공감하고 많이 배워서 계속 밑줄 그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권력으로 움직이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교실’에서 온갖 폭력과 왕따에 시달리는 아이들과 이 아이들의 상처가 곪아 터지고 나서야 그때서야 알게 되는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다.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려내어 대표적인 가해자만 처벌하고 일을 묻으려는 생활지도부까지 부정하고 싶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변명 같지만 이 모든 것을 한눈에 알아보고 아이들 모두의 인간관계를 꼼꼼히 관찰하고 그들의 세계에 뛰어들기에 교사는 행정업무가 너무 많다. 그리고 학교에서 요구하는 유능한 교사는 아이들을 잘 이해하는 교사가 더 이상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이 선생’의 노력은 눈물겹다. 그녀의 <연구공책>을 나도 몰래 훔쳐서 읽어 보고 싶을 정도였다.
학교 폭력과 맞선 6여 년 간의 행적을 꼼꼼하게 적어 놓은 그녀의 공책은 말 그대로 학교폭력의 산실이다. 또한 ‘조해리의 창’의 이론대로 아이들을 개방형, 폐쇄형 등으로 분석해 놓은 자료를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말대로 더 이상 학교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로 양분하여 누구를 벌하고 누구의 편을 들고 할 문제가 아니다.
슬프게도 아이들은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어른들의 삶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폭력을 당한 아이들은 당하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를 자신보다 더 약한 아이들에게 푸는 것이다. 결국 먹이사슬과 같이 반 아이들은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분간할 수 없다. 모두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를 벌하고 누구만 위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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