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계속되면서 미국인 사이에서 돈을 미리 내고 사용하는 선불폰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집 전화는 없어도 휴대폰(cellphone)은 있다” 그런데 휴대폰 사용료가 만만치 않다. 2년 계약을 맺으면 휴대폰은 공짜지만 사용료는 다르다. 자녀들이 있는 가정은 예상치 못했던 텍스트 사용료에 기본 사용시간을 넘기면 쏟아져 나오는 청구서가 여간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요즘 미국인들도 한국에서 일명 ‘대포폰’이라고 불리는‘ 미리 돈이 지불된 전화’(선불폰·prepaid phone) 사용으로 절약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선불폰이란 사용료를 미리 내고 그 만큼만 사용하는 것이다. 50달러를 내고 50달러어치만 사용한다. 장기계약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휴대폰 사용을 해약 벌금 없이 언제나 중단할 수 있다. 서비스가 제한돼 있는 것도 아니다.
조기 해약 벌금 없고
텍스팅 등 무제한 서비스
사용료는 휴대폰의 절반
불경기 영향 이용자 급증
대형 통신사도 출시 경쟁
고가 스마트폰 구입이 단점
▲선불폰 급격히 늘어나
LA 사는 김모씨는 부인 휴대폰까지 합쳐 1년에 900달러에 가까운 사용료를 냈다. 그런데 불경기가 시작되면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선불폰으로 바꿨다. 요즘 휴대폰 사용료는 연 200달러도 안 된다.
김씨는 “요즘 같은 불경기엔 휴대폰 비용 내기도 벅차다”면서 “선불폰을 사용하면 쓸데 없는 전화도 줄어 불필요한 돈 낭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저소득층이나 크레딧이 나쁜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했던 선불폰이 최근에는 일반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선금 지불 서비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미국인들은 1억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대비 12%증가한 수치다. 이에 비해 매달 정기적으로 돈을 내는 일반 휴대폰 사용자는 늘어나지 않고 정체해 있다. 미국 휴대폰 이용자들 3명 중 1명은 선불폰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절약 효과 커
전통적인 휴대폰 대신 선불폰을 이용하는 이유는 다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사용료가 일반 휴대폰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또 계약상의 제약이나 조기해약 때 물어야 할 벌금도 없다. 요즘은 스마트폰 회사들도 선불폰으로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무제한 인터넷, 텍스트,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프 블리스칼 컨수머리포츠 매거진 펀집장은“ 옛날 선불폰 서비스가 아니다”면서 “장기계약을 원치 않으면서도 좋은 서비스에 돈까지 절약할 수 있는 합법적인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회사들 앞 다퉈 경쟁
선불폰이 인기를 끌면서 대형 통신사들도 앞 다퉈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AT&T, 버라이즌, 스프린트 넥스텔, T-모빌 USA 등 전국구급 대형 회사들이 고속 데이터 다운로딩 등 첨단기능 옵션을 추가해 선불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버진 모빌’과 같은 규모가 작은 회사들도 월 35달러의 사용료를 내는 선불 스마트폰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개발도상국서 미국으로
선불폰 회사의 선구자는 ‘트랙 폰 와이어리스’ (TracFone Wireless)로 현재21,00만명의 고객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는 멕시코의‘ 아메리카 모빌’의 자회
사로 멕시코 최대 재벌인 카를로스 슬림이 오랜 남미지역 시장의 경험을 살려 미국에 설립한 것이다.
선불폰은 원래 개발 도상국가들에서 널리 애용돼 오던 것인데 불경기를 타고 미국 휴대폰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
선불폰의 인도 점유율은 95%에 달하며 라틴 아메리카는 80%, 중국이 70%, 유럽에서 65%를 나타내는 등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이같이 시장 확대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트랙 폰 와이어리스’가 어바인 소재 ‘심플 모바일’을 인수하고 ‘도이치 텔레콤’의 T-모빌이 ‘메트로 PCS’의 합병을 계획하는가 하면 일본‘ 소프트 뱅크’는 스프린트 주식 70%를 인수하는 등, 회사 간의 합병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불경기의 영향 커
한인을 비롯해 미국인들이 선금 지불 서비스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물론 불경기로 인한 영향이 크다. 재정압박이 심해져 휴대폰 사용료 부담이 커진데다가 장기계약의 갖가지 조건과 예상치 못했던 초과요금 등에 식상한 소비자들의 반격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웰스파고 증권의 제니퍼 프리치 애널리스트는 “불경기에도 사람들은 휴대폰 서비스를 중단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선불폰 선호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스마트폰 시장도 가세
많은 회사들이 4세대 모바일인 4G 네트웍 서비스로 확대해가기 시작하면서 선불폰에 대한 인식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선불폰은 저소득층이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마약상들이 경찰의 추적을 피해 사용하는 휴대폰 정도로 인식돼 왔었다.
한국에서는 대포폰(burner phone)으로 불리는 선불폰은 휴대폰을 작동하게 하는‘ 심 카드’를 일반 마켓이나 전자제품 가게에서 돈을 주고 구입하면 액수만큼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사용 계약서에 서명할 일도 없고 크레딧 조회도 필요 없다.
‘트랙 폰’은 휴대폰을 10달러에 판매하고 3개월 60분 통화에 20달러까지 저렴하게 서비스하며 추가로 사용할 때 마다 분당 사용료가 내려가며 사용하지 않은시간은 계속 쌓여 나간다.
‘트랙폰’은 자체 송신탑이 없다. 따라서 대형 전화회사 송신탑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고객들의 사용료는 오히려 절반이나 줄어든다.
최근에는‘ 메트로 PCS’에서 한 달에 55달러로 무제한 통화와 데이터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일반 휴대폰 계약의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선금 지불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면 장기계약을 하지 않기 때문에 스마트폰은 고객들이 비싼 돈을 주고 직접 구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메트로 PCS’의 삼성 갤럭시 SIII 스마트 폰은 거의 500달러에 가깝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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